
아직은 선명한 진홍빛 꽃잎속에 노란꽃술, 수꽃술에 맺힌 꽃가루의 도드라진
질감도 선명한데 미련없이 꽃송이를 통째로 떨구는 동백나무가 야속하다
한송이씩은 뚝 뚝, 두세송이는 후두둑 눈물처럼 떨어졌겠지.
누구나 알 것 같은 유명가수의 노랫말 가사에서 빌려왔다
긴세월 함깨 살아온 토착종이여서 동백꽃을 소재로한 문학이나 예술작품은 많다
그까짓 사랑 때문에 올지는 말자고 다짐하는 김용택시인의 선운사 동백꽃이나
여인과 동백과 육자배기를 섞어 아름다운 시어를 남긴 미당서정주님의 시를 사랑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님의 꽃은 고향 통영에 흔했던
산다화(동백꽃의異名)였으면 좋겠다
그렇긴해도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날에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예요...“
동백꽃을 보면 얼른 떠올라 입안에 맴도는 이노래가사를 좋아한다
월출산 겨울산행에서 도갑사로 하산하는 중 날머리가 가까운 능선 안부에서
온실속의 동백이 아닌 자생종을 처음 만나 동백꽃 앓이가 시작되었다
막 개화를 시작한 초겨울 동백꽃의 싱그러움과 빨강과 노랑의 강렬한 색대비,
크고 단순한 꽃잎, 더구나 온전한 모습으로 떨어져있는 너무나 아까운 낙화落花까지.
얼마나 좋았던지 하산시간에 쫒겨 허둥대던 발걸음을 뒤로 후진, 소진한 체력으로
숨을 헐덕이며 쉽게 지나칠수 없었던 그날의 느낌을 잊지못한다




冬柏나무 꽃은 대표적인 조매화鳥媒花 로 가루받이를 돕는 동박새나 직박구리가
먹을 만큼의 꿀을 생산해야하니 자연히 꽃송이가 크다
꽃자루없이 가지 끝에 꽃눈을 만들고 꽃잎은 밑에서 붙어 수술까지 햡쳐진 통꽃으로
만개해도 반 정도 벌어지며 수분이 끝나면 암술대를 남기고 송이채 떨어진다
낙엽이 지지 않는 상록성잎은 한번 생겨나면 1~2년 후에 잎갈이를 하고
삭과의 열매는 동그랗게 익어 갈라지며 잣 모양의 씨앗이 들어있다
씨앗은 쓰고 아린맛이 나지만 정제하기에 따라 식용이나 약용, 머릿기름,가구손질같은
공업용으로 사용한다
동백꽃의 기본종은 1종으로 붉은색이지만 자연변이로도 흰색이나 분홍색꽃이 피고
수입종과 원예종으로 개량된 다양한 품종이있다
햇빛이 좋고 습기가 많은 늦여름 익어가는 열매 옆에서 꽃눈을 만들고 지역에따라
11월경부터 개화하기 시작 겨울을 나고 다음해 3,4월에 가장 많은 꽃을 피운다
해풍에는 강하고 추위에 약해 중부이북에는 살지않고 바다가 가까운 해안의
토심깊은 계곡에 산다 어린시절은 음습한곳을 선호하지만 성목이 되면 양수陽樹로 변하며
생장은 느리고 수명이 길어 수백년을 살기도한다
무성한 나뭇가지가 그늘을 만들어 이끼와 곰팡이로 덮힌 바닥에는 환형동물이
살아 포란기에 먹잇감을 찾아오는 팔색조의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사람의 주거공간과 겹쳐 교량 도로 건설로 훼손되는 일이 가장 많고 사찰의 사유지나
관광지가 아니면 자연그대로의 원시림은 찾기어렵다




여수오동도는 동박새가 꿀물을 뚝뚝 흘리며 먹는 모습까지 볼수있으나 관광화로
남겨진 숲은 빈약하고 선운사 뒤안의 동백숲은 해풍을 직접 받지 않는 내륙이면서
엄동설한을 넘긴 후에 꽃이 피기 시작해 잎과 꽃에 상처가 적고 꽃색이 선명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2005년 태풍 때 폭우로 크게 훼손된후 오랫동안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되지 못했다
전국 최대규모의 원시림인 거제학동동백숲은 고온다습한 남부지방의 저지대여서
덩굴성식물과 잡목이 무성해 개방되어도 출입이 난감하다
동백숲은 어느정도 사람의 간섭을 받아서 관상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거제의 지심도 내도 등 섬과 해금강에서 아름다운 동백숲을 만날 수 있고 바람의언덕에서
노자산 쪽으로 동백숲을 관통하는 14번 국도와 동백숲이 보인다



보길도 세연정, 두륜산 대둔사 표충사, 해남 달마산 미황사 등 남부명산이 품은 사찰의
사유지에서 서해는 마량리동백숲 굴업도토끼섬등 아름다운 동백숲은 많다
제주도와 울릉도는 도서지역이면서 겨울에는 폭설이내려 설중동백을 감상하기에
적절하고 바다를 따라서는 남해의 해안 전역과 서해 옹진 대청도 까지 자생하며
동해안은 울주 목도 까지 산다
내륙으로는 서천 마량리와 지리산 화엄사, 고창 선운사 경내가 가장 북쪽이다

눈속에 피는 冬柏을 가장 아름답다 하는데 정작 동백나무가 사는 남부해안지역은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곳이 많아 설중동백을 볼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동백꽃이 겨울꽃이라 알려져 있지만 꽃이 피는 비율로는 1% 미만으로
99%가 봄에 피는 대표적인 봄나무 꽃이다
거친 해풍이 남긴 흔적으로 꺾이고 휘어져 제멋대로인 몸체에 따가운 햇살로 검푸르게
익어가며 반짝이는 무성한 이파리 사이를 비집고 진홍빛 꽃잎을 들어낸다
드문드문 여기저기 한두송이씩 전정剪定을 하지 않는 자연생태에서 토종동백나무는
그렇게 많은 꽃송이를 만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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