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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운영블로그
여행문화

백리향百里香 발끝에 묻어 백리를 가는 향

by 자운영영 2022. 7. 7.

성큼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올라오는 이향異香은 어디에서 오나,

코를 크게 늘리고 숨을 들이쉬는 안면顔面과 짚신감발이 그려진다

화장암을 덮은 키작은 관목, 백리향의 분홍빛 꽃송이가 발아래 깔렸다

잎 줄기 꽃 전초에 향기가 있어 어느 한곳이 닿아도

자지러지게 향기를 분출해 찡한 향기가 온 사방에 흩어진다

건조한 사질양토를 좋아하는 백리향은 가야산 상왕봉 아래

습지를 받치고 있는 암반주변과 칠불봉 정상 가장자리에 산다

 

가야산의 주봉인 상왕봉은 해발1430m, 바로 옆의 칠불봉도 해발 1433m.

백리향이 발견되던 그옛날에는 산을 취미로 오르던 시대는 아니었으니

산채나 약초케는 심마니나 사냥꾼 같은 힘 좋은 남자였을 것 같다

현대의 등산화는 비브람창이나 고무창이라 바닥이 단단해

물기를 흡수하거나 머금지 않아 발바닥에 묻은 향기를 멀리 나르지 못해서

이시대에 발견되었다면 백리향百里香이아닌 일리향一里香이 되었을수도 있다

산을 내려온 후 동네방네 백리씩이나 향기를 옮기려면 짚신감발이 딱이지 않았을까

순우리말이름이 많은 토착종중에 약용,식용으로 유익한 식물이라 백리향百里香 이란

한자로 표기된 이름을 얻은 것 같다

꽃은 6,7월에 피기 시작 8월 초순에 절정이고 가야산 정상은 일교차가 심해

산봉우리를 감고오르는 운해와 백리향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가야산 정상에 이르는 첫 번째 코스는 해인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팔만대장경이 있는 사찰 담벽을 끼고 토신골로 들어

상왕봉(우두봉)이 보이는 고산습지로 오른다

그리 넓지 않은 습지가 솔나리 물매화 한라송이풀 같은

희귀식물을 키우고 암반에 습기를 흘러보내 백리향군락을 만든다

상왕봉에서 칠불봉은 이동거리가 가까워 한번의 산행으로

기암절벽의 백리향까지 볼 수 있다

두 번째 코스는 백운동에서 서성재 칠불봉 상왕봉코스로

서성재까지는 완만하지만 정상까지는 가파르고 암장이 많아 칠불봉으로

가는 마지막 코스는 비명이 나올 만큼 아득하고 난감할수있다

어느쪽으로 가도 거리는 비슷하고 난이도 역시 비슷하다

등산거리 4km정도 2시간30분이지만 만만치 않은 난이도와 장비의 무게

훈련되지 않은 발걸음이라면 4시간 이상 걸릴 수 있고

사진촬영시간을 안배해서 하루일정을 잡아야 한다

월악산 주흘산 백병산 운문산 등 전국에 자생지는 많지만

개체수가 적어 보호해야하는 희귀식물이며

높은 산의 바위 위에 살아 어느곳을 선택해도 힘들여 올라야 볼 수 있는 식물이다

경남 합천의 가야산이나 강원도 홍천의 운문산 은 비교적 등산거리가 짧아

당일코스로 적당하고 자생지를 찾기가 수월하다

드물게는 제주도 성산포 바닷가 바위 위에도 살고

울릉도에는 전초가 크고 잎이 조금더 넓은 섬백리향이 있다

키작은 반관목으로 철사처럼 가는 줄기가 촘촘하고 잔디처럼 포복성을 지녀

바위를 기듯이 옆으로 퍼져나가며 빠르게 확장하지만 줄기가 상했을 때 복원되기 어렵다

백리향은 서양에서 식용하는 타임(thyme)과 같은 꿀풀과의 백리향속이며

어디서나 잘 자라 관상용이나 식용 약용으로 재배한다

 

백리향은 움직이지 못해도 산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구름과

햇살이 찾아들고 산속에 사는 동물의 발자욱소리와 새소리를 듣는다

엉겨있는 빽빽한 줄기아래는 알록달록한 고산 독사가 천적을 피해 숨어들고

꿀과 향기를 만들면 벌과 나비 박각시같은 곤충들이 모여들어

붕붕 소리를 내며 꽃가루를 나르느라 야단법석이다

식물이 만드는 휘발성물질인 향기는 번식을 위해 중요하지만

박테리아나 곰팡이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살균물질이기도하다

향기를 보내 식물끼리 소통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타감물질他感物質로 다른 식물을 공격해 자신의 영역을 지킨다

자신을 해치는 초식동물이나 곤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도 사용한다

식물도 천적이 닥아오면 저항하고 긴장상태에 들며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향 생산을 부추긴다니 백리향의 향기가 진하면 진할수록 자신과 씨앗을 보호하려

애쓰는 고통의 표현이라 하겠다

“ ...가뭄덕에 꽃색이 곱네, 잎은 벌써 단풍이들고, 벌레도 극성이구나

바람부는 날이 많아...모두를 날려버릴 것처럼말야 견디기바래 버티라구... “

바람이 흩뜨렸겠지 간절한 마음, 두고온 당부.

 

여행문화 .20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