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버들
버드나무
○엄동嚴冬은 지났고 절기節氣로는 분명 봄인데 옷속으로 파고드는 오스스한 냉기에
움츠러들어 문밖을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봄은 지루하다
다행인것은 봄비가 내릴때마다 성큼 기온이 올라 어느날 들길을 걸으면
마른가지에 연둣빛이 신기루처럼 아롱거린다
얼핏보이는 빛깔을 찾아 발 줌zoom으로 이동 하노라면 사선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여린 꽃눈이 정말 연두색이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버드나무류는 잎보다 먼저 동아冬芽가 껍질눈을 터트리며 꽃눈을 깨우고 봉오리를 부풀린다
회갈색 나목裸木에 찾아온 진정한 봄기운에 스산한 겨울풍경은 이미 달아난듯하다
땅을 헤집고 뾰족하게 올라오는 어린쑥이나 달래 냉이 꽃다지 같은 향기로운 봄나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들판은 완연한 봄이다
4월초순 왕버들의 수꽃은 위를 향하여 꼬리모양꽃차례에 달린 단성화가 바람이 불때마다
노란 꽃가루를 흔들어 날려보내고 사나흘 간격을 두고 암꽃은 비스듬히 매달려 달걀모양의
씨방위에 아주작은 암술머리를 내밀어 공기중에 떠다니는 수꽃을 만나 수분이 이루어진다
임무를 마친 수꽃은 애벌레모양의 꽃송이를 모두 떨어트려 바닥을 어지럽히고 암꽃은
종자로서 성공한 열매와 실패한 열매를 구분한다 목련처럼 실패한 씨방을 오랫동안 달고 있는 나무와 비교하면
버드나무의 냉정한 선택은 현명하고 합리적이다
공기중에 수꽃가루가 떠다닐 때 사람들은 꽃가루알레르기를 앓는다
호흡곤란 두드러기 재채기 콧물 가려움증 같은 과민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반응이 없는 사람도있어 일반적이지는 않다
또한 특이체질이 아니어도 알레르기는 생긴다 생태촬영으로 야외활동이 많아지면서
언제부터인가 온갖 종류의 과민증이 나타났다
극한의 추위속에서 추위알레르기 극한의 더위속에서 더위알레르기 햇빛 꽃가루 쐐기풀 벌 모기 흡혈파리등등,
정도를 넘는 악조건에 노출되는 일이 많아 몸이 먼저 반응을 하면서 알레르기 과민증을 만들어냈다
프로 골퍼가 햇빛알레르기 잔디알레르기에 시달린다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우선은 같은 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먼저지만 그럼에도 하고싶은 일을 포기할 수 없을
때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고 마스크착용과 코 세척, 샤워를 꼼꼼히
하는 것으로 고통을 줄였다
4월에 꽃가루를 공중에 흩날리는 나무는 버드나무류 뿐은 아니다
자작나무속의 개암나무 서어나무 오리나무 박달나무... 참나무과의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등등 모두 이계절에 꽃을 피워 원인을 제공하는 식물은 다양하고 많다
왕버들
왕버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성숙하기까지의 기간은 30일 정도.
일년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5월의 햇빛 좋은 날 통통하게 영근 씨앗의 껍질이 터지면서
하얀털이 달린 씨앗을 방출한다
내리쪼이는 봄햇살이 씨앗을 싸고 있는 털을 부풀려 씨앗봉지를 터트리고 탈출하는 순간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야하니
청명한 날씨와 바람은 필수다
하늘을 떠다니다 빛이 닿으면 유성처럼 반짝이며 마구 흘러다닌다
혼신의 힘으로 생산한 씨앗을 마침내 떠나보내는 일은 축제가 아닐수없다
바람이 잘 불어 멀리 날아가 물기 많은 땅에 안착하기를 바란다
버드나무
꽃가루일때는 먼지처럼 작아 보이지 않다가 씨앗이 되어 공중을 떠다니고
솜처럼 뭉처다닐 때 존재가 들어나 원성을 사니 억울하다
갈대의 씨앗을 꽃이라 여기듯 버드나무의 씨앗도 꽃이라 여기고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오해도 한다
버드나무의 씨앗은 생명력이 짧아서 땅에 떨어져도 바로 싹을 내지 못하면
썩기 때문에 그리 오랫동안 바닥을 어지럽히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혼생하는 버드나무와 왕버들은 구별이 어렵지만 버드나무의 꽃이 먼저피고
2주정도의 간격으로 왕버들의 꽃이 피며 버드나무의 잎은 가늘고 길고 왕버들의 잎은
둥글고 크다. 왕버들의 어린잎은 붉은빛이 나고 귀모양으로 마주나는 탁엽이 있다
왕버들은 버드나무류중에 가장 큰나무로 줄기가 둘로 갈라지며 비스듬히 자라고
버드나무는 잔가지를 많이 치며 둥근수형으로 자란다
버드나무류 줄기의 중간은 껍질이 질겨 잘 꺾이지 않고 구부러지지만 큰줄기와의 연결부분은
톡 하면서 통째로 떨어져 줄기를 잡고 그네뛰기를 하거나 메달리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왕버들 수나무가 수려한 풍체를 뽐내며 바람에 흔들릴 때 종자를 잔뜩 만들었던 암나무는
늦둥이까지 메달려 누렇게 변색하며 지실드는 모습이 역력해서 안쓰러웠다
나무도 산후통을 앓는구나 종자를 만드는 일이 많이 힘들구나
나무밑을 지날때마다 올려다 보며 마음이 쓰여 주절주절 했는데
놀랍게도 늦여름 태풍이 몰고온 폭우에 물을 흠뻑적시고 빠르게 생기를 찾는다
새줄기에 새잎을 내며 나날이 몸집을 키워 생명력 넘치는 초록빛 가지로
하늘을 가리니 궁색한 몰골을 털어내고 앞선 수나무의 생장속도를 따라잡는다
한여름 장마와 폭우가 인간생활에는 자연재해로 다가와 걱정이 많지만 자연에서 살아가는
식물에게는 필연적인 치유의 기회가 된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여행문화 2023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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