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雨中이여도 비구름이 얇아서 하늘이 훤하면 사진찍기는 무리가 없다
비에 젖은 숲은 본디 색보다 밝고 선명해서 촉촉한 나무줄기는 생기가 있어 보이고
빗방울이 잎맥을 따라 송글송글 맺히거나 꽃잎에 묻어 일렁이면
우중출사를 감행한 만큼의 감동과 생생한 현장사진을 얻을 수 있다
녹두알처럼 작은 홍괴불나무의 꽃이 넓은 잎뒤에 숨어 피고
꽃만큼이나 작은 벌이 꿀을 먹는 장면은 은밀하고 신비하다.
행여 빗방울이 꽃잎을 떨구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인가목은
꽃도 향기도 줄기에 난 가시까지 장미를 닮았다
먹구름이 몰려와 숲을 덮치며 사위四圍를 삼키고 얼굴을 적시는 빗물 때문에 쩔쩔매면서
카메라를 떨지않으려 숨을 참고 비구름속에 잠긴 고산숲과 하얗게 핀 눈개승마를 찍었다.
물이 차오르듯 몰려오는 안개속을 잠영潛泳 하듯 헤처나가며 엄습하는 불안감으로
아찔했던 순간까지 담겨있어 사진속에서 습기가득한 바람을 보기도한다
설악산은 경관미가 으뜸인 암석지형으로 어느쪽을 들머리로 하여도 가파른 오름길을
걷지 않으면 정상으로 갈 수 없고 원점회귀로는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없어
종주산행을 택했다
등산로가 잘 정비된 국립공원이라 이정표를 확인하면서 진행하면 수월하고
아는 길이라 생각되어도 샛길로 들면 조난의 위험이 있어 정규 등산로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벗어났다고 생각되면 즉시 되돌아와야 한다
가뜩이나 비가 많은 고산의 날씨인지라 첫장마가 시작되는 6월이라면 3일 중 하루는
비가 내리겠지 예상하고 준비하면 낭패가 적다
머리부터 무릎까지 닿는 길고 튼튼한 비옷과 방수모자 방수등산화는 필수, 빗물이
바짓단을 타고 발을 적시지 않도록 스팻츠를 착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줄기차게 내리는 폭우는 물론 조근조근 내리는 이슬비에도 장시간 노출은
저체온증을 부른다
여름이라도 더운물은 유용하고 체력소모를 대비한 간이식과 여벌옷도 필요하다
관찰대상 식물목록
참기생꽃 만주송이풀 금강봄맞이 난장이붓꽃 산솜다리 금마타리 세잎종덩굴
금강애기나리큰앵초 두루미꽃 눈잦나무 눈측백나무 인가목(흰색, 붉은색) 부게나무
찰피나무 함박꽃나무배암나무 댕댕이나무 매발톱나무 정향나무 산앵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산행코스를 결정한다
대청봉코스(한계령) 한계령 → 한계삼거리 → 끝청 → 대청봉 → 중청대피소
(예약필수,숙박)다음 날 중청대피소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무너미재 →
공령능선 신선대 → 무너미재로 회귀 → 양폭대피소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소공원
들머리인 한계령은 해발 1004m에 위치하고 있어 출발점에서 양양쪽의 만물상이
한눈에 들어와 이미 설악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등산로 입구부터 강파른 바위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면 한계삼거리까지 등산인의
발걸음으로 2시간 정도, 안부와 오름길이 반복되며 숨이 찰 만큼 가파르다
식물탐사와 사진촬영을 하면 4시간 이상 소요될 수 있어 출발은 빠를 수록좋다
한계삼거리에서 끝청까지는 비옥한 숲으로 등로가 완만하고
봄부터 초여름까지 꽃을 피우는 식물이 가장 많은 곳으로
등산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도 참기생꽃 나도옥잠 같은 초본류와 배암나무 매발톱
댕댕이나무 흰인가목 같은 나무꽃도 볼 수 있다
설악의 깃대종인 눈(누운)잦나무는 대청봉 일대에 살고 눈측백나무는
한계령너덜길과 귀청너덜길에 눈향나무는 서북릉 대승령과 안산에 산다
대청봉을 중심으로 북한에 분포하는 식물이 백두대간을 이동통로로 설악까지
내려온 북방계식물과남쪽에서 올라온 남방계식물,
설악산에만 사는 희귀식물이 한데 어우러져산다
공룡능선의 화강암 절리에 뿌리를 내리고 초여름 첫장마를 기다려 꽃을 피우는
금강봄맞이는 개화기간이 짧아 시기를 맞추기 어렵고 금강봄맞이가 한창이면
금마타리와 만주송이풀이 피고
난장이붓꽃과 산솜다리는 철이 지났을 수 있다
전국의 산지에 흔하고 북한산의 비봉능선이나 효자비쪽 사기막골 상류에 넓게
분포하는 정향나무가 신선대에서 꽃색이 유난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공룡능선 전구간을 종주 하지 않아도 신선대에서 이계절의 꽃을 볼 수 있어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무너미재로 회귀, 천불동계곡으로 하산방향을 잡는다
장비를 배낭에 넣고 촬영을 종료하는 시간도 당연히 일정표에 있다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귀를 열면 물소리 바람소리 폭포소리로 소란스러워도
건너편 사면을 빠르게 날아가는 비구름이 뿌려대는 국지성 빗소리가 쏴아쏴아 들린다
멀리 또는 가까이에서 나뭇잎에 떨어지는 서로 다른 빗방울소리,
정수리를 때리고 어깨를 두두리며 비옷위로 떨어지는 투박한 물방울소리가
어우러져 머릿속을 채우고 비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사운드트랙(a sound track)이 된다
물관부가 길어올린 넘치는 수분을 잎과 피부로 뱉어내는 나무의 습기와
계곡의 급류가 뿜어내는 물안개 때문에 시야도 흐릿한데 함박꽃나무는
목련 닮은 하얀꽃을 피우고 저 혼자 수줍다
많은 준비물로 무거워진 배낭과 잠간의 부주의로 위험에 빠질수도 있어
우중출사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고산식물의 짧은 생육기간을 엿보려는
염탐꾼이 여름비가 거추장스러워 망설이면
설악산에서 일년중 가장 많은 꽃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없다
다만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입산을 허락하는 범위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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