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꽃(석죽과)
정작 동자꽃을 보지 못 한 아이들도
큰스님을 기다리다 죽은
동자승의 슬픈 전설은
운을 떼기 시작하면 얼른 알아듣고 알은체한다
탁발托鉢가신 큰스님이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돌아오지 못해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동자승은
봄이 오기도 전에 죽었다
그해 여름 동자승의 무덤에는
스님이 오시는 길을 바라보며
주황색 예쁜 꽃이 피어
동자꽃이라 불렀다는 아름답고 처연한 전래동화다
동자꽃(석죽과)
산지의 숲은 울창해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이고
비구름이 점령한 어둠속에서
툭하면 빗방울이 후두룩 떨어지는 여름 산
헤말간 얼굴의 주황빛 동그란 꽃송이를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무덮고 어두운 숲속에
이렇게 예쁜 꽃이 살고 있다니
왜 여기 사니? 무섭지 않아?
외롭지는 않니?
한마디 쯤 말을 걸고 싶어져
이심전심 슬픈 이야기를 만들었는가
오랫동안 동심을 울린 전래동화가 되었다
동자꽃(석죽과)
한여름 장마철에 자주 내리는 폭우와 찌는 듯한 더위에
숲그늘에 사는 동자꽃의 줄기는
웃자라고 연약해 건드리면 톡하고 부러지기 일수요
세찬 비바람에 몸을 가누기도 어려워
서로 엉키고 어질러진체로
얼굴만 내놓고 방긋 웃는다
꽃잎은 독성이 없어 벌레가 좋아해
온전한 꽃잎을 지니기도 어렵다
눈맞추고 웃어주고 싶고
쓰러진 줄기를 바로 잡아 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니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아가“를 생각나게 한다
동자꽃(석죽과)
석죽과의 동자꽃은 6~8월 사이에
짙은 주황색으로 피는 꽃으로
세계적으로는 분포역이 좁은 식물로 동북아시아 특산식물이며
우리나라에는 4종이 자생한다
꽃잎이 5장 납작하게 벌어지며 양쪽에 1개씩의 좁은 조각이 있고
가장자리에 짧고 작은 톱니가 있는 것은 동자꽃.
동자꽃(석죽과)
꽃받침이 크고 털이 많으며 꽃잎이 깊게
갈라지는 것은 털동자꽃.
꽃잎의 윗부분이 잘게 갈라지고 후부에 비늘조각이 2개씩 있어
형태가 제비꽁지처럼 생긴 제비동자꽃.
꽃잎이 5개로 앞쪽이 5갈래로 나누어지며
화관통이 꽃받침 보다 길고 고산 습지에 사는 가는동자꽃이 있다
가는동자꽃(석죽과)
가는동자꽃은 강원도 이북과 백두산에 산다고 알려져 있는데
경남과 부산 금정산에 자생하니 예상 밖의 일이다
가는동자꽃(석죽과)
제비동자꽃(석죽과)
제비동자꽃과 털동자꽃은
백두산 주변에서는 동자꽃 보다 더 흔한 꽃이고
국내에서는
극히 일부지역에 살아
희귀식물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
환경부가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제비동자꽃(석죽과)
동자꽃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산 숲속에서
가장 많이 살던 식물이였으나
자연환경의 변화로
나날이 소멸消滅되고 있는 식물 중 하나다
제비동자꽃(석죽과)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한국전쟁으로 벌거숭이가 된 산을
푸르게 가꾸었으나
숲이 울창해 나무아래에 사는
초본류의 많은 식물들은 저절로 사라졌다
털동자꽃(석죽과)
털동자꽃(석죽과)
설마 사라지기야 하겠어 했던 식물들은 찾기도 어려워졌고
철 따라 다른 꽃이 피어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던 날들은 추억속에나 있다
자연생태는 심오하고 미묘해서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종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니
이성적이나 상식적으로 이해 할 일은 아니다
털동자꽃(석죽과)
산림정책의 균형으로 자연 생태계는 인간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유지하기를 소망所望한다
이땅에 살아온 생명들 중에 특별히 어느 종種 만 중요하다 하겠는가
그곳에 살아야 하는 동식물은 그 자리에 살기를 바란다
여행문화(The Travel Magazine) 는 격월간지
2020년 7,8월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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