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를 한입에 삼키는 어치를 보면서 다람쥐만 도토리를 먹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멧돼지 너구리 곤줄박이 원앙이 도토리거위벌레 도토리밤바구미... 올해 겨울은 도토리를 즐겨먹는 동물들에게 수난이다
지난 해(2010년) 소주골 숲속에는 가장 많은 수종(樹種)이 참나무류지만 도토리 한알을 볼 수 없을 만큼 흉작이 되었다
도토리만 아니고 4월에 꽃을 피워서 열매를 맺는 괴불나무 두릅나무... 그밖에 알지 못하는 각종나무들이 열매를 맺지 못해
가을 부터 새가 사라지기 시작해 겨울에는 먹이를 놓아 줘도 나타나지 않는다
어치(참새목 까마귀과) 생활형 텃새
몸길이 35cm 곤충류 지렁이 열매 도토리 곡류 작은새의 새끼를 잡아 먹기도 한다
등산인들이 많은 도시근교의 새들은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도 날아오고 사람을 두려워 하지 않지만
소주골의 새들은 오랫동안 계속해서 먹이를 줘도 멀리서 관망만 하다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야 가까이 오기 시작한다
해바라기씨 아몬드 땅콩 차조 ... 하루종일 새가 오지 않아 방치하면 밤사이 쥐들이 먹어버리고
돼지고기 기름 덩이를 놓아두면 도둑고양이 쪽제비가 먹어버려 다음 날 다시 먹이를 놓아두고 새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세월이 되었다
그러지 않아도 삭막하기만 한 소주골의 겨울을 지내기가 답답해졌다
카메라 삼각대에 올려 놓고 긴 인내심으로 무한히 기다려야 나타나는 어치
지난 해 먹이를 주면 사람이 바라보고 있어도 달아나지 않던 많은 새들이 보고 싶어진다
작은새로는 곤줄박이가 소주골을 떠나지 않았고 박새가 가끔 나타나고 노랑턱멧새가 더러 보이기도 하는 정도다
곤줄박이(참새목 박새과)생활형 텃새
몸길이 14cm곤충류와 나무 열매를 먹는다
잣 땅콩 들깨 동물성기름 을 좋아하고 민첩하지만 사람과 가까워 진 후에는 잘 따르는 편이다
소주골 텃새로는 딱새 박새 쇠박새 산솔새 붉은머리오목눈이 오목눈이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등등
지난 해 겨울을 나고 떠난 양진이 말똥가리 새매... 이겨울에는 흔하던 동고비 조차 보이지 않는다
직박구리(참새목 직박구리과) 생활형 텃새
생활형 텃새로 몸길이 27cm 중형새다
곤줄박이나 박새류가 10~ 15cm정도 인 것을 생각하면 짐작이 간다
식물의 열매, 곤충류 를 먹는다 감이나 사과 같은 단맛이 나는 과일을 특히 좋아 한다
덩치가 크다고 작은새들을 쫒아 내기는 하지만 직박구리는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열매를 좋아하는 직박구리는 어치와 함깨 소주골에서 무리를 지어사는 대표적인 조류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많은 직박구리가 다 어디로 가고 지금은 한두 마리 정도 나타나곤 한다
2010년 겨울 강수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해 이맘때는 온세상을 덮을 만큼 눈이 내려 먹이를 구하려는 고라니가 창밖에서 놀고 너구리도 보였고
기왕에 운신이 어려운 산골 생활 중에도 포근하게 내리는 눈 때문에 설경을 즐기는 날들이 많았었다
영서지방에 폭설이 내리고 가까운 홍천에서 눈이 내려도 양평은 눈이 내리지 않는다
팔당호 때문에 적설량이 많다고 믿었던 것도 틀렸다는 것을 알겠다
올해 들어 가장 눈이 많이 내린 날1월 23일의 소주골
소주골 뒷산
집앞의 리기다소나무
봄에는 진달래가 많이 피는 앞산
언제나 바라보는 대부산쪽 풍경
어느 날 낮선 새한마리 사진으로 찍어보니 새매다
염탐을 하듯 기웃거리다 날아간다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서울로 나가는 길에
집앞 개울에 어린 고라니 한마리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을 살펴보면 공격당한 흔적이 없어 계곡을 뛰어 건너다가 다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죽은 후에 작은 동물들이 사체를 훼손한 것 같고.
새들이 엄청난 속도로 날면서 방향을 잘 못 잡아 스스로 부딧쳐 죽는 일은 많았지만
고라니가 죽어 있는 것은 처음이라 어찌 했으면 좋을 지 몰라했다
서울에서 아들과 손자가 와서 뒷산 안부까지 옮겨 놓았다
더 부패하기 전에 옮겨야 한다는 아들의 말이 옳았다고 생각이 든다
2010년 12월 22일 내린 첫눈이 얼어 빙판을 만들었고 그때 부터 승용차로 출입이 어려워 졌다
큰길로 내려가면 흔적도 없는 눈이지만 소주골에서는 한번 내린 눈은 좀처럼 녹지 않는다
멋진 설경도 아니면서 12월 부터 시작해 춘설이 내리는 봄까지 길이 열리지 않아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마의 주아(主芽)
늦은 가을 뒷산에서 새가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찾아봤다
지난 해 같은 열매 흉년에 어쩌다가 양지바른 곳에 잘 여문 열매가 있으면 반갑다
산들깨의 작은 열매는 씨앗을 좋아하는 멧새류나 오목눈이가 좋아해
아주 작은 열매를 먹고도 잘 살아가는 작은새들이 기특하다
산들깨
차풀의 마른 줄기
소주골 뒷산
고라니가 내려오는 길인데 올해는 눈속의 고라니를 만나지 못했다
눈이 많이 내려 먹이를 찾아 양지바른 숲 가장자리로 내려오는데
아직 그렇게 많은 눈은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해는 1월에 폭설이 내렸고
여름에는 폭염과 열대야,9~10월 물폭탄과 황사,
일조량 부족으로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겨울이 되어 몇십년만의 겨울 한파
지구의 이상기후는 계속 된다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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