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자운영블로그
소주골에 살기/소주골에서 살기

우울한 회색빛 겨울하늘

by 자운영영 2010. 12. 3.

 

 

한해의 마지막달 12월을 이틀 정도 남기고 첫눈이 내렸다

11월에 내리는 눈이니 펑펑 쏟아진다고 해도 쌓이기 전에 녹아 버리는  ...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른 아침 부터 내리기 시작 해 대부산 쪽으로 까맣게 몰린 구름이 지상에 가까울 수록 하얀 나비처럼 나른다

 

모처럼 찾아온 아들과 서울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눈은 멎었지만 날씨가 푸근해도  녹지를  않아

체인을 감고도 미끄러져 조심 조심 내려 갈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큰길에는 눈이 모두 녹았고 서울에는 한때 잠간 눈이였다가 비가 내렸다고 한다

 

 

 

소주골의 겨울은  눈이 한번 쌓이면 녹지를 않고  사나사(용천1리) 가는 길과 만나는  용천3리 부터 경사가 심해

출입이 힘들어 지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

 

 

장미에 내리는 눈

감국 

 

 

 

 

 

 

서울에서 이틀을 보내고 삼일 만에 들어 오면서 택시가 집앞까지 올 수 있을까 걱정했더니 큰길위에서 내려 걸어 올라왔다

용문산 자락의 추위는 영서지방의 일기예보 와 비슷한 날이 많다

 

지난 겨울의 추위와 폭설은 새봄이 올 때 까지 끝나지 않아 얼어 죽은 식물도 있고 꽃눈이 얼어 꽃을 피우지 못했거나

열매를 맺을 시기에 얼어 열매를 맺지 못한 식물들이 많았다

여름은 여름대로 비오는 날이 많아 꽃이 피어도 수분을 하지 못했거나 열매를 맺지 못했다

어느 해 보다  썰렁한 가을을 보내는 소주골은 우울하다

열매가 없으니 가을이면 모여 들던 여러 종류의 새들이 줄어 들었다

 

 

 

 

곤줄박이(참새목 박새과)

생활형 텃새( 몸길이 14cm)

곤충류와 나무 열매를 먹는다

영리하고 빨라서 작은 새들 중 경쟁력이 있다

 

 

곤줄박이 

 

곤줄박이 


 


곤줄박이는 집 주변에서 해마다 새끼를 기르는 텃새다 

 

 

 

박새

박새(참새목 박새과) 생활형 텃새로 우리나라에는 참새 다음으로 많은 새지만

소주골에는 참새가 없다 참새는 도시를 좋아하고 박새는 산속을 좋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박새 

  

노랑턱멧새 


 

 

박새도 노랑턱멧새도 집 주변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깠다

열매가 없어 나그네 새들이 오지 않아도 집 주변에 보금자리를 만들었던 텃새들은 하루에 몇번씩 찾아온다

 

 

 

족제비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열매가 없어 새모이를 주기 시작했는데 육식성 새들을 위해 돼지 기름을 놓아 두었더니 족제비가 왔다

가끔 여름에 짙은 쵸코릿색의 족제비가 보이기는 했지만 황금빛 털을 한 겨울 족제비는 처음이다

 

 

족제비 

 

족제비 


 

 

 

족제비가 와서 돼지 기름을 모두 먹어 버려 새들이 오지 않는다

또한 족제비는 난폭한 짐승이니 새들이 곁에 있을 수도 없을 것 같다

 

산골의 새들은 사람이 주는 먹이에  익숙하지 않아 오래동안 계속 주면서

마음대로 먹게 두어야 경계심을 풀고 편하게 찾아 오는데 족제비가 다 먹어버리니 큰일이다

 

 

 

산초나무(운향과 산초나무속)

뒷산에 두릅나무와 함깨 많이 살고 있는 산초나무도 올해는  열매가 여문 것이  드물었는데

어느 한 쪽 에서 이렇게 똘똘한 열매를 맺은 녀석이 있어 신기하다

산새들이 오래동안 먹으러 다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낱알이 떨어질 것 같다

떨어진  낱알은 멧새가 먹거나 벌레가 먹거나 자연에서 만들어 진 것은 자연속에서 먹이가 된다

 

 

 

하루 중 두세번 정도 봉재산 지능선 숲 사이로 빛이 들어 우리집 마당가에 내려 앉는다

이시간의  빛이 지나가는 곳을 늘 카메라에 담는다

늘 같은 곳을 찍어도 매일 다른 색감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마른 구절초 꽃송이

 

 

 

                              감국

 

 

 

                             감국

 

 

 

감국

 

 

 

 

11월 중순에서 12월까지의 날씨는  회색빛 하늘에 짙은 안개, 살갗에 닿는 차가운 바람으로 을씨년스럽다

요즈음 며칠은 맑은 날이 없고 깊이를 모를 만큼 짙은 안개속이라 기분이 좋아 지질 않는다

안개가 분위기 있다고 하지만  흐름이 있어 움직여야지  계속 어둡기만 하니 마음도 따라서 어두워 지는 것 같다

 

 

 

봉재산 지능선

 

 

 

유난히 긴 겨울을 보낸 소주골에서의 한해. 힘 든 것도 많지만 좋은 것은 더욱 많아 올해 겨울도 이곳에서 지낼 생각이다

함박눈이 내리면 아예 산을 내려 가는 것을 포기하고 새와 고라니를 찍으면서 지낼수 있을 것인데...

지금은 단조로운 풍경 앞에서 서성거리는 날들이 많아  다시 여행을 계획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