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상류 야산 자락에 핀 야생 청매화
곧 터질 듯한 봉오리가 탐스럽고 하얗게 핀 청매화 나뭇가지에 아침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꽃이라 매화향기가 현기증이 나도록 고혹적이다
매화는 꽃을 즐기면 매화나무가 되고 매실을 수확하는 목적이라면 매실나무라고 한다
매실농원이 많아 대단위의 과수원을 만들고 가꾸면서 봄이면 축제를 하는 곳이 있지만
가꾸는 이 없어도 봄이 되면 꽃이 피고 향기를 내는
자연스러운 또는 방치된 야생매화가 보고 싶어 길을 떠났다
어디라고 정 한 곳 없이 매화나무를 볼수있다는 섬진강 상류를 따라 내려갔다
옥정호가 있는 임실군에서 덕치면 장구목을 향해가는 길을 따라 달리면 마을앞 개울가 산자락에 몇그루씩 매화나무가 있었다
섬지강의 상류라 강폭은 좁고 시내처럼 흐르는 물길을 따라 좁은 지방도로를 달리는 즐거움은 덤이다
많지는 않아도 어느 마을이나 산수유 가 있고 매화나무가 있었다
아직은 만개하지 않아 나무가지 끝에 하얗게 터진 꽃망울이 여기 저기 몇송이씩 피고 있는 중이다
산모퉁이를 돌아 서는 산자락 이나 동네 입구에서 매화나무를 만날때 마다 차를 멈추고 매화꽃을 보는 느린 여행을 했다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깨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고결함을 상징하는 문인화(文人畫)의대표적인 소재다
(文人畫 : 전문적인 직업 화가가 아닌 시인, 학자 등의 사대부 계층 사람들이 취미로 그린 그림)
함부로 번성하지 않은 희소함과 고목이 된 매화나무의 늙은 모습 조차 아름답고, 살찌지 않은 마른 모습, 만개한 꽃보다는 벌어지지 않고
오무라져 있는 봉오리를 더귀하게 여기는 것이 매화나무를 아껴온 옛 선비들의 마음이라고 한다
이른 봄 매서운 추위속에 피어나 진하게 풍기는 고혹적인 향기는 정신을 맑게 한다
녹두색 꽃받침잎을 가진 청매화
매화는 고목나무 등걸에서도 꽃을 피워 그모습 또한 아름답다
매화나무는 가지가 아무렇게나 뻗어서 어지럽지만 꽃이 흐드러지지 않고 몇송이씩 피고 있을 때 그때가 더욱 아름답다
전남 구례군 산동 산수유 마을의 야생 매화나무
첫째날 먹구름으로 흐린 날씨에 짙은 황사로 사진에도 황사가 보이는 것 같다
누군가 심었겠지만 가꾼 흔적이 없어 칡넝쿨이 감겨있고 거미줄까지 잔뜩 감겨있었다
칡넝쿨을 벗겨 주고 싶었지만 꽃망울이 떨어질까 손을 댈수 없었고 어지럽기는 했지만 진한 향내를 감추지 못했다
시골길을 다니다 보니 숙박할 곳을 찾지 못해 남원에서 하루밤을 자고 다음날 다시 청담마을을 향해서 거슬러 올라갔다
전날 황사는 물러 갔고 바람이 차고 쌀쌀했지만 하늘이 맑아 매화를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치를 기억하기도 힘든 산길에서 만나는 야생 매화나무에 아침 햇살이 비친다
상큼한 아침 공기속에서 매화향기가 너무 좋아 어쩔줄을 몰라 했다
주체 할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매화향 때문에 새벽바람에 추위를 느낄때까지 오래도록 머물렀다
흰매
매화나무는 매실을 얻기 위해 중국에서 들여 왔다고 한다
고려때라고 하지만 신라 때 모례의 시가 있어 그 이전 기원전이라고 하니 우리의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다고 한다
일본에는 우리 나라를 통해 전해졌다고 한다
고매(古梅)
梅花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 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 조운 -
홍매
매화는 장미과 벚나무속이다
꽃을 보기 위해 만든 품종으로 빛깔에 따라 흰매 청매 홍매로 나누고 꽃잎의 수가 많으면 만첩매 가지가 늘어지면 수양매가 된다
매화는 홑겹의 꽃이 단아한 아름다움이 있어 귀하게 여긴 다는데 개인적인 취향도 홑겹을 좋아해서 홑겹의 매화만 찍었다
홑겹의 홍매
홍매의 진홍빛이 얼마나 고왔던지 카메라 뷰파인더에 나타난 영상은 물감을 흩어 놓은 것 같았다
집이 낡아 주인은 새로 지은 집으로 옮겨 가고 채소밭가에 홀로 남은 늙은 홍매나무
진홍빛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였다
가슴이 찡하도록 아름다운 홍매나무는 몇년이나 벼르고 별렀던 야생매화 기행의 즐거움을 만족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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