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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

마불갤러리와 벌랏마을 선우네

by 자운영영 2010. 3. 4.

 

 

한지공예(韓紙工藝) 등(燈)

청원군 문의면  마불갤러리에 들어 섰을 때 선반위의 등은 따뜻한 빛을 내고 있었다

닥종이에 불빛을 비추면 종이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불빛이 따뜻해져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 같았다

마불갤러리에 전시된 작품들은 투박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으며 간결한 현대적인 그림들과 생활에 이용할수 있는 소품들로 가득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한지 (수초지(手抄紙: Hand-made-paper) )로 만든 공예작품에 작가가 긴 세월 자연과 함깨 살면서 느낀 것들이

그림이 되어 날아 다니고 있었다

 

감자난초, 쑥부쟁이,냉이꽃... 작가에게 물어 보지 않았지만 혼자서 나는 중얼거렸다

 

 

 

마불갤러리를 찾아 온 사람들 사이에서 놀고 있는 아이

엄마 메루씨는 "선우야 인사해야지..." 아이를 먼저 소개했다

이아이가 선우 예요 ...  TV는 틀어 놓치만  듣는 쪽이고 한 채널에 고정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사는 내가  세상사에 둔한가 보다

정면에 붙어 있는 이가족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고 메스컴도 많이 탔다고 한다

 

 

 

애당초 화가인 아버지 이종국씨는 책의 표지를 멋지게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

갤러리에서 이책을 볼 때만 해도 한지공예를 하는 분들이 시골에서 아이를 기르면서 ... 그냥 그렇게 별 감흥이 없어서

유명하니까 평범한 일상도 책이 되고 ... 였었다

 

 

 

갤러리에서  묵은 닥나무 껍질을 두둘려  메모장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닥나무를 기르고 닥나무를  베어서  종이가 만들어 지기까지 전과정을 직접 한다는 작가는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웃는 얼굴이 고운 메루씨는 산나물 발효차를 내왔고  강의를 하는 마불씨 사이로  선우는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강의가 끝이 날 시간 쯤  문득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사고 싸인을 받아 왔다 

 

메루 이경옥 (명상전문가인 메루는 인도의 순례 길에서 스승에게서 받은 이름이라고 했다)

마불 이종국(평범한 부처 라는 뜻의 역시 스승에게서 받은 이름)

선우

나눔 고마움

4 3 4 3

아내의 이름을 먼저 썼다. 마지막 숫자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행에서 돌아와 시인정지용을 쓰고 나니 다음 글은 써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책을 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멈출수가 없었다

돋보기를 쓰기 시작한후 눈이 아파 긴시간 읽는 일은 드물었는데 아름다운 산골마을과 생활을 적은 수필같은 글은

한문장도 지루하지 않아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자연속에서 먹거리를 찾는 것이나 하늘만 온전히 열린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습이나

바람소리, 바람의모습을 찾아 나서는 것이나 ... 닮은 것은 너무나 많아  이것은 온통 나의 이야기 같았다

젊은시절 용기가 없어 아무것도 단념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처럼 똑 같은 모습으로 살아 왔지만

늘 마음속에 있던 자연속의 삶

그러나 선우네 처럼 산속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모험, 불편함 고생스러움 ... 그런 것 들을 이겨낼 자신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없다

 

 

 

마불 이종국 작가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정체성을 찾고자 25년 오지 벌랏마을에서 야생의 삶을 살았다

늦은 나이에 아내 메루를 만나고 아들 선우를 낳았다

마을에서 중단된 전통 한지의 맥을 잇고자 닥종이를 만들어 전통 한지공예를 되살리면서 한지체험마을을 만들었다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많은 전시회를 하고 워크숍 강의를 하면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닥나무는 일년생은 베어서 닥종이를 만들고 묵은 나무는 적당치 않아 공예품으로  만들어 쓰는 것을 연구했다고 한다

닥나무 껍질을 불려서 두두려 얇게 편후 말려서 메모장을 만드는 강의를 하고 있다

 

 

 

미소가 아름다운 이여인(메루 )의 사진을 왜 찍지 못했을까

차를 나르고 강의를 받는 사람들의 질문을 받느라고 바쁘게 다녔고 나는 메모장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와 이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오전 10시에 해가 뜨고 오후 3시가 되면 해가 지는...  너무 추워서 코를 이불속으로 박고

가죽나무순으로 만든 메밀전, 산나물을 삶아 햇볕에 한나절 널어 놓은 후  물기가 말라 꾸덕꾸덕 해 질 때

손으로 비벼가며 뒤집어 가며 말려야 부드러워 지는... 일조(日照)시간이 짧은 산골의 생활이 눈앞에 그려진다

 

 

 

이 잔에 파랗게 우러난 산나물 발효차를 채워 주었다

 

 

 

묵은 닥나무 껍질

나무망치로 자근자근 구멍이 나지 않게 두둘겨 얇게 늘어나도록 해서 물에 행구어 잡티를 털어내고 말렸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메모장

한동안 쪼구리고 앉아서 만들어 가지 왔더니 흐뭇하다 무엇을 쓸까...

닥나무는 질기고 질감이 좋아 안에 메모지만 바꾸면 오랫동안 사용할수 있다고 했다

 

 

 

 

콩대를 태워서 잿물을 내리고 있다

 

맑은 물에 하루 동안 불린 백피는 뒤엉킴을 막기 위해 적당한 길이로 잘라 큰 쇠솥에 넣고 쇠죽을 끓이듯 6-7시간 정도 충분히 삶는다. 여기에는 가성소다를  볏짚 · 콩대 ·고춧대 · 메밀대 · 목화대 등을 태운 재를 맑은 물에 삶아 우려내 고운 채로 거른 다음 물을 증발시켜 농축시킨 잿물을 모아서 사용하였다. 이런 식물성 잿물은 섬유의 손상을 덜 가져오고 순하게 삶아지게 하는 효과를 준다.

지금은 환경보호를 위해서 식물성 잿물을 내린다고 했다

 

 

 

닥나무껍질

농한기인 11~12월경에 1년생 닥나무를 베어낸다. 이때가 닥나무껍질의 수분이 적당하여 벗기기 좋을 때이다. 수확한 닥나무가지 중 작은가지는 제거하고 적당한 길이로 절단한 후 다발로 묶어 솥에 넣어 찐다.

 

 

 

닥나무의 속

이종국 작가는 닥나무의 속을 이용한 공예품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다

 

 

 

닥나무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솥에 넣고 찐다

 

 

 

닥나무의 껍질을 벗긴다

 

 

 

이 껍질은 흑피(黑皮) 또는 피닥이라고 하는 한지의 가장 기초적인 원료이다. 흑피를 하루쯤 맑은 물에 재워 불린 후, 칼로 겉껍질과 푸르스름한 녹색의 중간껍질까지를 벗겨내면 새하얀 안쪽의 속껍질인 백피(白皮)를 추출할 수 있다. 이러한 백피는 보관성이 용이하다.

 

 

 

맑은 물에 하루 동안 불린 백피는 뒤엉킴을 막기 위해 적당한 길이로 잘라 큰 쇠솥에 넣고 쇠죽을 끓이듯 6-7시간 정도 충분히 삶는다. 여기에는 가성소다를 넣는데 콩대를 태워 내린 식물성 잿물을 쓴다

 

 

 

닥풀이 들어 있는 망주머니

 

증기기운에 풀어진 백피는 하룻밤 동안 솥에 그대로 놓고 뜸을 들인 후, 흐르는 맑은 물에 3-5일 정도 담가 둔다. 이때 백피 전체에 햇볕이 골고루 내리쬐도록 자주 고루 섞어 뒤집어 주면, 하얗게 바랜다. 이 작업을 일광유수표백(日光流水漂白)이라 한다.
물에 건져 낸 백피 속에 남아있는 표피와 옹이, 작은 모래알 등 불순물을 일일이 손으로 제거한 후에는 고해(叩解)과정에 들어간다. 판판한 돌 위에 얹어 놓고 닥방망이로 2~3시간가량 곤죽이 될 때까지 두들겨서 뭉친 섬유다발을 풀어주는 작업을 한 후, 지통(紙桶)에 넣고 큰 막대로 200번 정도 세게 저어 준다. 거기에 닥풀(황촉규)의 뿌리를 짓이겨 즙을 낸 후 지통에 넣고 잘 저어준다. 닥풀은 닥섬유들이 균등하게 분산되게 도와주고 건조되면 점성이 사라지므로 더욱 좋다.

 

 

 

거기에 닥풀( 황촉규 黃蜀葵) 의 뿌리

 

 

 

닥풀의 씨

닥풀(황촉규)은 중국원산으로 밭에 재배하는 일년초다

뿌리는 약용으로 제지용으로 쓰고 있고 수박풀과 닮았다

 

 

 

쌍발식

발을 엇갈리게 두 겹을 놓고 그 위에 물을 가두어 가만히 가라앉혀 종이를 뜨는 쌍발식의 방법은 종이를 뜨기는 편하지만 섬유가 잘 얽히지 않아 강도가 떨어진다.

일본에서는 이 방법으로 종이를 떠서 규격이 일정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는 다고 한다

 

 

 

쌍발식

 

 

 

흘림뜨기

우리 전통 한지의 제작기법인 흘림식의 외발뜨기(줄여서 흘림뜨기)는 두께가 균일하면서도 사방 어느 쪽이나 강도가 일정한 질긴 종이를 만들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이 방식은 앞물을 떠서 뒤로 버리고 뒷물은 떠서 앞으로 버리는 ‘앞물질’과 다시 좌우로 흔들며 물을 버리는 옆물질을 하여 고른 종이가 되게 만든다

 

 

 

흘림뜨기

 

 

 

흘림뜨기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리기만 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모던하고 세련된 생활용품들을 연구하고 만든다

 

 

 

 작품중에 즐겨 그리는 호랑이

 

 

 

벌랏마을의 아름다운 숲과 새는 작품속에서 살아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작가를 안다는 것은 작품을 만났을때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문이 많은 한옥에 살아서 닥종이로 창호지를 바르는 것으로 겨울 준비를 했다

그해가을 햇빛 좋은 날 문창호지에 국화나 코스모스를 따서 그자리에서 닥종이를 덧 발라  물을 품어 말리면

팽팽하게 말라 두두리면 북소리가 났다

문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던 으스름 달빛은 얼마나 고왔던가 나뭇잎이 흔들리는 데로 그림자가 춤을 추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동양적인 것과 만나는 현대적인 감각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의 등은 두분이 쓴  책을 읽고 난후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