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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운영블로그
여행/여행

정지용(鄭芝溶)의 향수(鄕愁)위로 춘설이 내린다

by 자운영영 2010. 3. 1.

 

 

 

시인 정지용을 만나러  충북의 남부를 다녀온 다음날  

이틀간의 흔적을 널어 놓았다

시와 노래가 있는 CD는 집안이 울리도록 소리를 키우고   

맑은 차 한잔 앞에 놓고

꿈속처럼 비몽사몽간이다

 

충북의 옥천 영동 보은 청원군의 문의면 

가까우면서도 멀리 느껴졌던 내륙의 오지다

맑은 자연 환경 과 소박한 주민들의 삶이 정겨운 곳이였다

 

많은 것을 봤지만 떠오르는 느낌은 한가지 색갈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이라는 것과

시인 정지용의 아름다운 시적언어들이다

 

영동의 반야사 가는 길의 영천은 

눈녹은 물이 산골짜기에서 흘러들어 마치 장마철과 같았다

흰거품을 일으키며 요란스럽던 여울물소리 와 

곧 부풀어 오를 것 같은 버들강아지,  비포장 도로.

영동 포도로 만든 와인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의 정월대보름축제

보은의 고택 선병국 가옥. 삼년산성.문의면의 한지공예가, 이종국의 닥종이 이야기 ...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하나씩 천천히

되새김을 해 볼 생각이다

 

 

 

 

하루밤 쉬고 가기를 바라는 아들네 식구들의 권유를 굳이 마다하고 소주골로 들어왔다

아신역에 세워둔 차가 있어서 밤길이 수월하기도 하지만  

여행에서 찍어 온 사진을 빨리 보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된다

밤에 말짱하게 마른 길로 돌아왔는데 ... 아침에 일어나니  펑펑 눈이 내린다

 

 

 

 

정말 정지용의 시 춘설(春雪)처럼 봄눈이 내리고 있다

 

정지용의 '춘설(春雪)'

  

문 열자 선뜻!
먼 산이 이마에 차라

 

雨水節(우수절) 들어
바로 초하로 아츰,

 

새삼스레 눈이 덮힌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어름 글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롬 절로
향긔롭어라.

 

웅숭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끔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 순 돋고
옴짓 아니긔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전 철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우수도 지나고 경칩(驚蟄)이 3월 6일 인데,  

일기예보에  다른 지역은 비가 내린단다

소주골에 눈이 내리는 날들이 몇번이고 있을 것 같다

 

 

 

 

 

 

 

 

 

 

 

 

 

 

 

 

 

 

 

 

 

 

 

 

정지용(鄭芝溶) ( 1902년 6월 20일 ~ 1950년 9월 25일)은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이다

아호는 지용(池龍). 대한민국에서는 납북 여부와 사인이 모호하여 

한때 이름이 '정X용'으로 표기되고 그의 시가 금기시 되었으나, 

1988년  해금되어 국어 교과서에교과서에도 수록되었다.

 

우리가 공부하던 1960년대 70년대에는 그의 시를 알수 없었고 

해금된후에야 그의 시를 만날수 있었다

처음 정지용의 시를 만났을때 

세련된 시적 언어가 좋아 단번에 좋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술이 그렇듯이  문학 역시  평론가들이 하는 어려운 해석은 모른다 

그저 아름답게 느껴지고 좋아 할 뿐이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너무 빨리 변한 고향이야기와 우리들의  삶 한쪽에 꺼지지 않는 불씨 같은 고향이야기

충청도와 정지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고향을 꿈꾼다

 

 

 

 

시인 정지용의 생가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면 구읍이다

좁은 도로 그대로 더 이상 도로나 주차장을  확장하지도 않고 조용한 시인의 생가를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 좋았다

 

 

 

 

정지용의 생가

 

 

 

 

 짚으로 만든 이엉을 얹어 놓은 흙담

 

 

 

 

 명자나무

 

 

 

 

 

 

 

 

 

곡물을 분쇄하는 절구와 양념을 갈던 돌확

 

 

 

 

 가마솥과 아궁이  가족들이 함깨 둘러 앉아 식사를 하던 둥근상, 삼베 밥상보.

바가지,밥주발 ,대소쿠리... 한국전쟁후 어린 시절 까지 사용하던 익숙한 가재도구 들이다

 

 

 

 

집에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농사를 지으며 살았으니 모두에게 익숙한 농기구 들이다

 

 

 

 

마루에 놓인 다듬이와 멧돌

 

 

 

 

질화로가 놓인 방

 

 

 

 

울밑에 장독, 흙담을 쌓아 만든 굴뚝

 

 

 

 

 싸리문

 

 

 

 

 사설 민속박물관

 

  

 

 

 

 

 

 

 

기존의 상가 간판을 정지용의 시를 인용해서 치장을 했다

 

 

 

 

생필품을 파는 상회까지도  부드러운 느낌의 간판을 달았다

누구의생각이였을까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적이거나 작품성이 없으면 어떠랴,  정지용이 살던 고향 사람들의 애정이고 자부심이다

 

 

 

 

우편취급국

시간이 있었으면 엽서 한장이라도 사 볼 것을 ...

 

 

 

 

우편취급국의 작은 공간 벽에도 시가 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양철지붕의 창고

 

 

 

 

판대기의 꽃그림

시 꽃밭을 읽고 이풍경을 바라본다면 얼굴에 미소가 떠 오를 것이다

 

정지용 생가가 위치한 옥천읍 하계리 ~ 안내면 장계리까지 대청호주변을 시문학으로 연결 하는 공간을 조성했다

지금은 대청호가 된 금강 유역의 안내면 장계리에 정지용 문학상시비와 문학관이 있다

 

 

 

 

야생화를 유난스레 좋아 하다보니 백번이고  공감이 간다

꽃 없는 계절이 지루해 못견디는 내마음 만큼이나 시인 정지용도 꽃을 좋아 했나 보다

 

 

 

 

옥천에는 간의자에도 시가 있다

어디를 가나 정지용의 시가 느껴진다

 

 

 

 

정지용의 문학상 시비

 

 

 

 

때 마침 한무리의 새가 날아간다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환절기에 부는 바람은 쌀쌀하다

살속으로 파고 드는 듯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강둑을 걸어본다

아마도 눈녹은 산야를 지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멋진 신세계

 

 

 

 

 

 

 

 

 

누구나 시를 읽을 수 있다 시집을 펴지 않아도 ... 그리고 시를 생각 할 수 있다

멋진 신세계의 시를 위한 공간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꾸며진 것을 지독하게 싫어 해서 보는 것도 찾아 다니는 짓도 하지 않지만  장계리에서  그리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화려한 것도 무리해서 부추긴 것도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 치장을 한다고 국적 없는 원예종 꽃이나 나무를 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땅에서 자라는 자생 동식물이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향수의 노랫말 처럼 넓은들과 실개천이 있으면 좋겠고  얼룩백이 황소가 밭을 가는 모습을 보기 어렵겠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식물과 동물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곳이였으면 좋겠다

동양적인 세계관속에서  자연과 가족을 노래한 서정시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조형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지키고 가꾸다 보면 그의 시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고향 옥천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오랜 세월 변하지 않은 옥천 삼양성당과 성모상

지금도 삼종기도시간을 알리는 종을 치고 있는 성당이다

공해다 뭐다 해서 종을 치지 못한지 오래되었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삼종을 치는 성당이라고 한다

언덕아래로 퍼지는 은근한 종소리는 종교인이 아닌 사람들 까지 좋아해서 "한국의 아름다운 소리 50" 에 선정될  정도다

 

 

 

 

개불알풀(현삼과의 두해살이풀)

마른 풀잎 사이로 보이는 작은 들풀 . 봄은 어디 쯤 왔을까 궁금증이 나서 찾아냈다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 안터마을의 쥐불놀이

 

"쥐불을 놓는일이라는 듯이 담겨있는 우리말로 정월 대보름을 즈음하여 처음 들어오는 쥐의날[上子日] 에 논두렁이나 밭 두렁등의 마른 풀이나 볏짚등에 불을 놓아 겨우내 숨어있든 병 해충등을 죽이는 일을 말한다 "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더니 비가 내린다

크게 모닥불을 놓고 불씨를 담아 돌리는 깡통도 많이 준비를 해 놓았는데 비가 오니 모두들 엄두를 내지 못한다

 

논바닥은 질퍽 거리고 비가 우산을 써야 할 만큼 내리니 카메라도 걱정이다

삼각대도 안가져 오고 카메라 우비도 준비하지 못했으니  대책이 없다

 

 

 

 

아깝다 이렇게 좋은 불를 피워 놓았는데 ... 어쩌나

안터마을은 올해로 두번째 쥐불놀이 축제를 한다고 했다

 

정월대보름에는 눈이 녹는 계절이라 항상 논은 질척 거릴 것 같다

야외 활동을 하는 옷이 기능성 이지만 화학섬유라 불똥이 튀면 옷이 쉽게 탄다 선뜻 나서지 못한는 가장 큰 이유다

머리에는 헬멧을,  옷은 불에 강한 옷으로 , 질척한 논에는 장화를 신어야 할까 ... 체험을 해보라고 장비를 준비했지만 참여 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생각해 봤다

 

 

 

 

 옥천 안터마을 정월대보름 축제

어린 시절 보고 수십년 동안 한번도  보지 못해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로 쥐볼놀이는 흥겹게 놀아주는 사람들이 없어 하지 못했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돌리는 장면, 활활 타는 불통을 던져 불씨가 날으는 멋진 장면을  보는 일도 사진으로 찍는 일도 하지 못했다

 

충북의 남부지방 여행에서 돌아오면서 꽃이 있는 계절에 다시 갈 것을 계획하고 있는 나를 보고 웃음이 난다

늘 그렇듯이 좋은 여행지는  돌아온 즉시 되돌아 가고 싶어 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