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설악은 남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앞사람 뒤통수나 등산화 뒷굼치를 보며 짜증나는 줄서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처럼 저녁 8시에 떠나서 내설악에 12시 20분이 되기 전에 도착 해 본 일은 없다
오색으로 오른다고 했는데 매표하고 입장 할때 까지 한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나와서 담소를 하기도 했지만 많은 회원들은 차안에서 쉬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달은 밝고 알맞게 차가운 밤공기가 시원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니 추워진다
교교(皎皎)하게 흐르는 달빛속에서도 별은 반짝이고 ...
오색 입구에서 대청봉을 오르는 동안 달빛은 밝았지만 혹시 넘어지지 않을까 염려되어서 렌턴을 밝히고 산행을 진행했다 악명 높은 계단길을 오르고 또 올라 대청봉에 왔을때는 머리가 어지럽고 힘이 빠졌다
처음에는 지처서 탈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물을 많이 마시고 속도를 늦추어 회복되기를 기다렸으나
계속 구토증세가 나타나고 움직일수 없을 만큼 힘이 빠지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심하게 체한것을 알수 있었다 배가 곱픈 시간은 아닌데 밤늦게 떡을 먹은 것이 화근이였다
언제 부터인가 나이를 느끼면서 빨리 체력이 쇠진하는 것을 알게 되고 더 자주 먹고 더 자주 쉬고 쉬엄쉬엄 걸어서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만족하는데 이번에는 이런 이유 때문에 체해서 전신에 힘이 빠지고 걸음을 옮길수 없는 상황이 되니 난감했다
산행중에는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다 어떻거나 혼자 판단하고 빨리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산우들이 도울수 있는 한계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대청봉 대피소가 있던 건물의 잔해속에서 밤의 냉기를 피해 쉬고 있는 엠제이님
대청 대피소 자리에서 머물러 출발
2번째 조를 따라 갈 수 있었지만 일찍 가는 것에 의미가 없어 4번째 조를 따라 가기로 하고 기다렸다
이곳에 오기 전 부터 서서도 졸리기 시작해서 힘은 없고 정신은 맑으나 몸이 말을 듣지않는다
사진 찍는 일로 기운을 빼지 않으려고 단념하고 말았는데 엠제이님이 이렇게 남겨주시니 감사한 마음이다
쉬는 시간에 체온이 떨어져 옷을 갈아 입는 일도 번거로웠다
화채봉 전 안부에서 일출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1시간 30분은 되었을 것이다
바람을 피할수있는 길에 다정히 모여 앉아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중
고생스럽긴 해도 즐겁기만한 한때
눈이 라도 감고 쉬면 종 더 좋아질까 하고 ...
기대했던 일출은 짙은 가스층으로 한동안 붉은 빛을 띠고 빨간얼굴을 내밀었고 날이 밝아 지면서 익숙한 공룡능선이 바탕그림처럼 부연 화판에 모습을 나타낸다
신선대와 천화대의 화려한 침봉이 하늘을 향해 오만한 자세로 날을 세우고 있다
공룡능선은 멀리서 보아도 가서 걸어 넘어도 어디 에도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멋지다
1253봉에서의 조망
그냥 지나가면 무엇하냐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조망이 터지는 1253봉 부터 주변 조망을 보면서 화채능선을 내려오는 동안 설악의 중간허리는 단풍이 한창이였다
그러나 올해 매주 다니는 전국의 산이 모두 가물어서 물이 들기도 전에 말라 가랑잎으로 떨어지니 좋은 단풍을 볼수 있는 곳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하류로 내려가서 물이 마르지 않는 계곡단풍이 좋을듯...
햇살이 퍼지기 전 여명속에서도 아름다운 단풍은 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도록 한다
그런대로 화채능선은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자연스럽게 고사한 나무숲과 멋대로 자란 나무가지가
오지임을 나타낸다
1320봉
지나온 대청의 모습은 장엄하다 그안에 죽음의계곡 건폭포 그아래로 양폭 을 품고 있는 거대한 봉우리는 두려움으로 가슴을 누른다
그러나 또한 당돌하게도 눈안에 넣은 대청의 모습이 만만하기도 하다
천화대의 모습 뒤로 하얀 범봉의 모습 나한봉까지가 보인다
꿈틀거리는 능선에 가을색이 완연한 단풍
화채봉 오름길의 암벽
화채봉 오름길
자작나무의 아름다운수피
설악에서나 볼것 같은 사스레나무의 고목이 여명속에서도 하얗게 빛난다
퍼지는 아침햇살을 받고 모습을 들어내는 칠성봉 의 모습
가지 못하는 곳에의 동경. 더구나 산꾼들의 속마음은 늘 새로운 산을 동경한다
잠도 못자고 달빛속에 넘어온 범법자들. 잘못할 일도 없는데 잡히면 벌금이라니 군사시설이 있어 안보에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닌데 ... 그저 보고 싶은 산을 걸어 넘었을 뿐인데 ...
그리고 우리는 오색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는데.
국립공원이 입장료가 없어지고 제한적인 곳이 풀린다면 준비를 잘해서 힘이 달리는 노익장들도 이렇게 좋은 화채능선을 천천히 돌아보고 갈수 있었으면 한다
저 암봉 밑으로 천불동계곡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지 않아도 보이는 듯
멀리 울산바위가 보여 칼칼한 바위 결 사이로 빛나던 어느 가을날의 하늘이 생각난다
설악다운 암릉의 모습이 한눈에 좌~ 악~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 설악은 왔다가 가도 얼마가 지나면 또 오고 싶어지는 그런 산
늘 새롭고 늘 감동을 받고 ...
대청에서 흘러내려온 화채능선의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어느 곳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벼르고 온 화채능선 , 누구보다 더 잘보고 싶은데 대청 전에서 부터 체기가 있어 괴로워 지기 시작했다
1320봉에서 수지침을 하시는 무이님 한테 열손가락을 따서 사혈을 하고 다시 진행을 하는데 아직은 회복이 되지 않아 노력해도 얼굴이 펴지지 않는다
산행중 체해 본 것도 처음이니 왠지 불안하다 이러다가 산행을 못하게 될까봐...
그래도 사진한장은 남겨야 하지 않을까 하고... 기다려서 사진 찍어주신 무이님 감사하고 ...
함깨 찍은 사진이 세월이 지난후는 더욱 소중할것이다
첫번째 능선에서 보는 화채봉
울산바위와 달마봉의 모습
달마봉을 가면서 보이는 울산바위의 모습이 좋아 같은 사진을 여러장 찍으면서 갔던 옛일이 생각이 난다
누에 머리처럼 생긴 정상 오름길이 만만치 않던 생각과 정상에 있는 소나무의 아름다운 모습과 목우재로 하산해야 할 것을 설악동으로 막무가내로 내려오다가 길이 없어 힘들었던 생각들이 떠오른다
송암능선의 1260봉
우회로가 있지만 암릉을 넘어가는 재미도 있고 아래에 넓게 펼쳐진 단풍진 계곡의 깊은 산자락을 보며 가는 즐거움이 있으니까
송암능선은 비교적 비옥한 흙을 가지고 있어 활엽수가 울창하고 완만하고 넓은 산자락이 보여 설악을 벗어난 느낌이다
한동안 아름다운 단풍을 보며
참배암차즈기 군락
설악 화채봉에서 송암능선을 따라 내려와 피골로 하산 하는중에도 참배암차즈기는 군락을 이룬다
체꽃
우리나라 에 한종 3품종 중 하나인 체꽃 . 잎이 가늘고 옅은 하늘색같은 보라빛으로 피는 체꽃은 설악이 아니면 만나기 힘들것이다 이미 지고 없을 시기인데(개화기 7~8월) 하산 하는중 피골 습지가 있는 상류에 흙이 비옥하고 환경이 좋아 늦게 까지 남아 있어서 고마웠다
전성기를 지나 몇송이 핀 것이니 좋은 사진을 기대할수 없지만 볼 수 있는 것으로 만족했다
피골 하류에는 습지가 있었다
이가뭄에도 물이 질벅거리고 발이 빠져서 마구 건널수 없을 만큼의 습지가 있다
지금은 갈대 밭이지만 봄이 되면 또 여름이면 어떤 동,식물이 살고 있을까 모든 것이 궁금하다
결코 습지가 그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내려오는 동안 화채봉에서 송암능선을 '따라 오다가 1216봉 지나서 피골로 내려오는 동안 완만하기는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고도가 낮아 지지 않는 넉넉한 산자락은 많은 물기를 머금고 오래동안 흘려 보내
울창한 활엽수림을 키우고 이가을에 곱고 고운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다른 산에는 가뭄이 심해 초본류는 마르고 있고 단풍이 들기도 전에 가랑잎이 되어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아직도 산자락에 꽃이 피는 것은 비옥한 땅 때문이다
연보라빛의 체꽃, 톱잔대, 용담이 피고 체꽃은 설악이 아니면 보기 힘들었던 꽃인 만큼 너무 반가워 잠시 피로를 잊었다
속리산 주변 산에 군락을 이루던 참배암차즈기 군락을 만난 것도 반갑고 이특별한 습지에 내변 봄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많은 새로운 생물을 만날수 있는 장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산행 > 명산 근교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백산 늦은맥이재에서 비로봉까지 (0) | 2006.10.23 |
---|---|
오대산 비로봉 상왕봉 (0) | 2006.10.22 |
원효봉에서 조망 하기 (0) | 2006.10.03 |
민둥산 억새 (0) | 2006.10.01 |
명성산(鳴聲山))억새 산행- 책바위능선길 (0) | 2006.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