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의 마른 잎
최근 몇년 지나치게 많이 내리는 비 때문에
가을 단풍은 곱지가 않았다
소주골 계곡에서 가장 아름답게 물드는
생강나무 와 서어나무도 단풍이 드는 듯 마는 듯
가을은 갈 곳을 잃고 서성거리고 있다
다래
소주골이 색갈을 잃어버리면
스산한 풍경 만큼이나 마음도 삭막해져
정신없이 찍어 대던 카메라를 들고 안절부절이다
칡덩굴
마른 나뭇잎 풀잎 ... 아직은 된서리가 내리지 않았지만
소설(小雪)이 지나고 얼음이 얼면 이마져도 사라지고 길고 긴 동면을 시작 할 것이다
한살이를 마친 날베짱이
찬바람이 옷속으로 스며 들어 가을이 오는 구나 하고 느낄 때
뜰 계단 여기 저기에 벌이나 메뚜기 같은 곤충들의 사체가 많이 보이면
절기(節氣)가 바뀌는 구나 생각한다
곤충은 대부분 알이나 번데기로 겨울을 나는데
활동을 정지 하고 땅속에서 성충(成蟲)으로 동면을 하기도 한다
청개구리
아직은 청정지역이라 산개구리가 많은 소주골
정작 여름에는 청개구리를 찾지 못했는데
어디에서 이 작은 몸을 숨기고 살았을까
겨울로 가는 늦은 가을 계곡길에서 만났다
손가락 한마디 만한 작은 청개구리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고 내년에 만났으면 좋겠다
다람쥐
욕심 것 볼주머니에 먹이를 넣고
갑자기 마주치자 멈칫 거린다
이른 봄 새끼 낳을 무렵
텃밭의 새순을 모두 먹어치우는 잡식성이라 미워 했는데
소주골에는 단골로 오는 말똥가리나 새매도 있고
족제비도 너구리도 있으니 잡히지 말고 겨울을 잘 보냈으면 한다
거미줄로 집을 짓고 사는 조망성거미
꼬마거미 호랑거미 무당거미들은
알집을 만들어놓고 어른벌레는 죽는다
지난 해 가을 호랑거미 한마리가 세개의 알집을 만들었다
봄이 되면 알집에서 부화한 새끼거미를 볼 생각으로 기대에 부풀었는데
겨울이 가지도 전에 세개의 알집 뿐 아니라 거미줄 까지 사라졌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알아 봤더니
오목눈이는 거미를 잡아 먹기도 하고
알집이나 거미줄로 둥지를 만든다
박새
긴 겨울 소주골 뜰에 날아오는 새는 반가운 손님이다
해마다 새를 불러 올 먹이를 마련했는데
올해는 들깨를 심고 씨앗을 거두지 않았다
그런데 겨울이 오기도 전에 다 먹어 버린 것 같다
노란턱멧새
도토리가 흉년이 들어 새들이 많이 떠나 고심(苦心) 중이였는데
올해는 노란턱멧새가 많다
소주골에 차풀이 왕성하게 번식을 해 씨앗이 많아 진 탓일까
풀씨를 좋아하는 노란턱멧새가 많아 진 것 같다
왜박주가리의 씨앗
두해 전에 소주골에 모습을 나타낸 왜박주가리
눈에 잘 들어나지도 않는 어두운 자주색의 작은 꽃을 찍으려고
매일 아침 해뜨는 시간을 점검했다
매일 찍으면서 들여다 봐도 예쁘기만 했던 왜박주가리의 꽃
수 많은 꽃을 피워 잘 익은 몇개의 씨앗을 만들고
바람이 부는 날 껍질을 터트려 비상을 준비한다
왜박주가리
왜박주가리
개암나무
올해는 개암이 익는 것에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참나무류의 도토리나 개암이 몇년 동안이나 달리지 않고 익지도 않는다
비가 많이 내려도 작년에는 7-8월에 많이 내렸고
올해는 6-7월에 많이 내려 식물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생각을 하면
열매가 잘 달리는 해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개암나무
언제 달렸을까 무성한 잎 사이에서 남모르게 익었는데
벌레가 진작에 먹어 버렸다
개암나무 수꽃
열매를 많이 맺거나 말거나 가을이 되면 수꽃을 준비하는 개암나무
겨울눈으로 봄을 맞이하는 암꽃은 이른 봄 때가 되면 핏방울 같은 꽃을 피운다
댕댕이덩굴
갈색숲에서 늦게 까지 시들지 않는 댕댕이덩굴의 잎
댕댕이덩굴
덩굴이 워낙에 가늘고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서 성장하기때문에
초본처럼 보이지만 덩굴나무다.
힘센 동물이나 사람이 댕댕이덩굴에 넘어진다는 말 처럼
뒷산에서 가끔 댕댕이 덩굴에 발이 걸려 허둥댄 적이 있다
댕댕이덩굴로 바구니를 만들 만큼
가늘지만 질기다
댕댕이덩굴
생강나무
올해 가을 추위가 늦어 생강나무의 겨울눈이 부풀어 있고
묵은 잎을 떨구지 않았다
으름덩굴
으름덩굴은 잎은 된서리가 내리기 전 까지 푸른잎이다
중부지역에서 푸른잎으로 월동하지는 않는다
왕고들빼기
씨앗을 날려 보낸 흔적
왕고들빼기
산딸기나무
가시가 많아 보이기만 하면 뽑아 버려 푸대접 받는 산딸기가
늦게 까지 단풍이 들어 곱다
산딸기나무
저 홀로 늦은 단풍이 들어 고운 색갈을 낸다
꽃이 피고 단풍이 들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없다
탑꽃(꿀풀과)
물기 촉촉한 땅에서 아직도 꽃을 피운다
용담
해가 뜨면 꽃잎을 열고
해가 없으면 꽃잎을 닫는 용담이 이제는 아주 꽃잎을 닫았다
우산나물
이른 봄 나물로 먹으면 향도 좋고 맛이 좋은 우산나물
올해는 꽃도 예뻐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열매를 맺은 모습도 본다
층층잔대
키가 커서 부목을 대어 고정 해 주고 사진을 찍었더니
씨앗도 잘 여물고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층층잔대
꽃향유
오리방풀
까마중
일조량이 부족해 소주골은 까마중이 익지 않는다
처음 소주골에 들어 와 까마중이 많아서
청정 지역이니까 열매를 먹어 보겠다 좋아 했더니
몇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까맣게 익는 것을 보지 못했다
늦동이 꽈리
우리집 보다 세집만 내려 가면 꽈리도 익는다
세집 차이로 까마중도 꽈리도 익지 않는다
남구절초
남구절초
입동(立冬)은 지났고 23일이면 첫눈이 내리는 절기 소설(小雪)이다
남아 있는 색갈 마져 사라져 적막한 소주골이 되면
무엇을 찾아 카메라의 초점을 맞출 것인가 그것을 걱정한다
'소주골에 살기 > 소주골에서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리창에 성에가 피었어요 (0) | 2012.01.03 |
---|---|
2011 첫 눈이 내린다 (0) | 2011.11.30 |
2011 소주골 가을꽃 (0) | 2011.10.19 |
장구채 아름답지 않은 꽃이 있으랴 (0) | 2011.10.13 |
여뀌 (0) | 2011.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