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골 계곡의 작은 폭포
올해 여름 소주골에는 장마철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았다
어두운 잿빛하늘에 해뜰 시간에도 두꺼운 안개구름.
날마다 비가 내리고 안개가 스며들어 골짜기를 차지 하니 빛이 드는 시간이 짧아 이끼와 곰팡이가 극성을 떤다
유난스럽게 벌레도 많고 사람이 상주(常住)하는 것을 알았는지 작은새들은 보금자리를 더 은밀한 곳으로 옮겼고
뱀도 산속깊은 곳으로 이사를 했는지 올해는 눈에 뜨이는 일이 적어 졌다
새들을 지난 한해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어보니 힘들어 노출이 되는 가을 겨울을 기다리기로 했다
입추가 가까워지고 말복이 가까워 지니 계절이 바뀌려는지 대기가 불안정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소나기가 쏟아진다
비가 많이 온다고 생각했더니 모처럼 계곡이 물이 불어나 지저분한 것들을 모두 쓸어가고 바닥까지 맑고 투명해졌다
올해는 모든 것이 조금씩 늦어져서 물봉선화가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있고
습한 날씨에도 노랑망태버섯은 한송이 선을 보인 후 나타나지 않고 있다
더위를 몰고 갈 만큼 힘차게 흐르는 계곡물
아침해는 진작에 올라와서 안개속을 빠져 나오지 못해 오늘 하루 날씨가 얼마나 더울지 짐작이 가는 아침이다
무성한 숲속
소주골 위로 설통골이 있는 산
소주골 뒷산 바위위로 칡덤불이 꽃을 피운다
이바위 속에는 밀뱀이 살아 가까이 접근은 하지 않는다
소주골에는 산개구리가 많아 먹이가 풍부한 탓인지 올해도 이사를 가지 않았다
칡(칡덤불) (콩과 칡속)
칡은 덩굴성 나무로 번식력이나 성장성이 좋아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면 그나무가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하면 칡덤불 때문에
사람이 통제할수 없는 곳으로 변하는 까닭에 봄부터 보는 즉시 줄기를 잘라내는 수모를 주었는데
그래도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줄기를 뻗어 꽃을 피웠다
꽃은 아름다운 것이니까 . 염치 없지만 향기가 좋다
8월 6일은 하루 동안 물을 쏟아 붓듯이 소나기가 몇번 내렸고
금방 맑은 하늘과 뭉게 구름이 있는 하늘이 나타나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변화가 많은 날씨였다
소나기 내린후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에 뭉개구름은 두둥실이다
큰골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대부산의 안개와 합처지면서 구름이 되어 빠르게 하늘로 올라 간다
저녁나절에는 소주골에 이사를 한후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 되었다
강물이 흘러 가듯 구름이 빠르게 달아나 시시각각 변하는 그림을 바라보며 문득 하늘이 넓은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항상 부담스러운 운전솜씨를 탓하고 집안으로 들어오니 가까운 지인(知人)에게서 문자가 왔다
"하늘보고 계시나요 멋집니다"
이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내생각을 해주는 가까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감동이였다
하늘이 넓은 강가의 전원주택에 사는 산이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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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눈박이쌍살벌(말벌과)
7월 초순 집주변을 돌아 다니며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 내 눈에 들어온 쌍살벌 벌집
두눈박이쌍살벌(몸길이 14 ~ 18mm)
집 입구 바위에 집을 짓고 새끼들을 돌보는 쌍살벌은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해서 관찰하고 싶었다
지난해 가을 쌍살벌에 물리고 오랫동안 고생을 한 경험이 있어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망원렌즈로 들여다 보면
일벌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열심히 새끼들을 돌보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에게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 불안해 보이기는 했다
장수말벌(몸길이 37 ~44mm)
어느 날 덩치 큰 벌한마리가 붙어 있기에 처음에는 여왕벌일까 하고 살펴보니 장수말벌이 쌍살벌의 새끼들을 꺼내서 먹고 있다
새끼를 먹는 것을 지켜보는 일벌들이 보이고 두눈이 까맣게 박힌 새끼들의 모습이 애처럽게 보였다
이 포식자(捕食者)는 한동안 떠나지 않고 계속 새끼들을 집속에서 꺼내 먹는다
장수말벌이 떠난 후 쌍살벌의 일벌들이 바쁘게 돌아 다니는 것을 봤지만 며칠후 빈집만 남았다
모두 잡아 먹었는지 모두 살아서 떠났는지는 알수없다
가끔 출사를 나가 집을 비운사이 쌍살벌의 가족은 모두 사라졌다
왜박주가리(박주가리과 왜박주가리속)
어느 날 아침 뒷산에서 찾아낸 왜박주가리 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나름 귀한 야생화로 알려진 왜박주가리가 우리집 뒷산에도 살고 있다니 ...
며칠은 이꽃을 찍는 재미에 아침 사진 찍는 끝나면 빨리 해가 지고 다음날 아침이 되기를 고대(苦待)하게 한다
왜박주가리
왜박주가리의 씨앗
왜박주가리의 씨앗
왜박주가리를 네포기 찾아 냈는데 (시간 간격을 두고)
이작은 식물도 벌레가 버려 두지를 않아 며칠 지난 후 들여다 보면 새순은 잘려 나가고 꽃은 먹히고 열매를 맺는 것이 드물다
이열매도 며칠 지나면 또 먹어 버리는 벌레가 있어 끝까지 달려 있을 지 걱정이다
몇개라도 익어서 씨가 될수 있도록 남겨 주었으면...
참마
참마
참마도 뒷산에 많은 식물 중 하나다
꽃봉오리가 맺을 무렵 자리를 잘 잡은 것을 골라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참마의 꽃
참마의 꽃은 아이들의 장난감 퍼즐처럼 맞 물려 있다가 벌어지는 것이 고작이였다
작은 꽃이라 마크로 렌즈가 아니면 볼수 없는 풍경이기도 했다
겨드랑이에서 주아가 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꽃이 제구실을 잘 못하나 보다
며칠을 두고 관찰을 해도 더 이상 화려한 꽃도 없고 날아 드는 곤충도 별로 없다
참마의 꽃
참마의 벌레
이렇게 부실한 참마의 꽃에도 벌레가 있다
색갈도 비슷하고 꽃이나 열매가 아닐까 생각할 만큼 크기도 작았다
원추리
지난 해 원추리가 예쁘게 피길래 올해는 더 많이 꽃피우라고 주변 정리도 해주고 밟지 않도록 조심도 했는데
식물이라는 것이 그렇게 원하는대로 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꽃송이 달리기 전 부터 고라니가 먹어 치우더니 꽃봉오리는 달리지도 못한다
진디물 부터 벌레가 그토록 좋아하는 식물일 줄이야 ....
꼭두서니(꼭두서니과 꼭두서니속)
줄기에 갈퀴같은 털이 있어 어디에나 달라 붙은 덩굴성 식물이라 저희 끼리 엉겨도 떨어지지 않는다
아침 맑은 공기속에서 노란꽃에 초점을 맞추면 색감이 이처럼 고운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들이다
꼭두서니
꼭두서니
뿌리가 진한 빨강의 천연 염료라고 해서 꼭두서니로 염색한 천이 보고 싶다
참회나무의 열매
골짜기의 작은 참회나무
오래동안 꽃을 찍으러 다녔는데 열매가 단단하게 여물었다
가을이 되어 껍질이 터지면서 노란씨앗이 보일때를 기다린다
개암
지난해는 개암이 많이 달려 손자들에게 골고루 맛을 보여 주었는데
올해는 달린 것도 몇개 안되고 더구나 성한 것은 찾기 어렵다
잘 익은 개암을 따기는 어려 울 것 같다
6월 9일의 산이스라지
산이스라지가 고운 분홍빛으로 꽃이 피는 것을 좋아해 열매를 맛보고 싶어 했는데
꽃은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더니 올해는 한쪽 가지에만 열매를 맺었다
산이스라지
지금은 하고 찾아 가면 파아란색으로 그대로 있고 이른 봄에 꽃이 핀후 열매를 맺어서 익는 시간이 길다
8월이 되어 붉은 색으로 익었기에 맛을 보니 단단하고 떫고 시다
먹을 수는 있겠지만 과일은 될수 없는 야생의 맛이다
며칠 후에 찾아가서 맛을 봐도 역시 그맛이 변함이 없다
식용을 하기에는 적당한 열매는 아니라는 것
먹은 흔적으로 보면 다람쥐나 새가 맛을 본 것 같다
으아리(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
이른 봄에 큰꽃으아리가 피고 얼마 쯤 지나면 외대으아리 피고 다시 여름이 되어서 으아리가 피었다
우리집 뒷산에 봄이 되면 으아리가 많이 올라오더니 이렇게 꽃피는 시기가 다른 여러종류의 으아리가 살고 있는 줄을 모랐었다
으아리
큰꽃으아리
외대으아리
지난해 있던 자리에 다시 올라 온 말털이슬
새순이 날때 개체수도 많고 탐스러워 올래는 더 많은 꽃이 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잎이 무성하게 자란 후 맑은 날이 없어서 일까 벌레도 많고
잎이 하얗게 변하는 곰팡이 같은 것이 피어서 실망을 했다
정말 대단한 말털이슬이다
벌레가 다 먹고 곰팡이로 변해 버린 잎에서도 새줄기가 나와 꽃을 피운다
잎겨드랑이에서 나오는 줄기 끝에 흰색의 고운 꽃을 피웠다
전초에 작은 털이 많아 아침이슬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말털이슬
우리의 조상들이 만든 우리말 꽃이름의 아름다움을 새삼
말털이슬
염아자
지난 해 났던 자리에 다시 올라와 꽃을 피운다
여러해 묵은 큰 뿌리에서 커다란 줄기를 내고 줄기에서 다시 꽃대를 세워 염아자는 한포기의 위력이 대단하다
잠자리는 계곡 물가에 자리 잡은 염아자의 꽃에 앉으면 좋은가 쉴새없이 날아와 앉는다
더 힘센 녀석이 나타나면 자리를 비켜 주지만 언제나 잠자리가 앉아 있다
꽃에 앉는 작은 벌레를 사냥하러 왔겠지만 사람과 친근한 곤충이라 혐오감이 없고 꽃을 좋아해 앉아 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염아자
염아자(초롱꽃과 염아자속)
처음에는 곧추서서 피다가 꽃이 피는 무게에 따라 옆으로 누웠다가 점점 아래로 꽃송이가 떨어진다
쑥대도 꽃이 필 준비를 하는지 약쑥냄새가 땅의 열기를 타고 강렬하게 퍼진다
달맞이꽃이 피고 긴 허리가 부담스러워 옆으로 눕기 시작하면 가을이 온다
무성하기만 한 숲속에도 저마다 다른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어 소주골의 여름은 지루하지 않다
하나가 피어나 좋아 하고 사진을 찍다 보면 다른 곳에서 다른꽃이 피어난다
늘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 쉴새없이 다음 꽃들을 기다린다
벌레가 먹는 식물, 사라져 가는 것에 마음 아프지 않으려 한다
다시 또 새로운 식물을 만날 기회는 있는 것이니까
등골나물(국화과 등골나물속)
몇년을 찍어 봐도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모델이 등골나물이다
만개 했을때 꽃송이를 가까이 찍어봐도 별로 아름답지가 않고 ,,, 꽃이 활쫙 피기 전에 멀리서 대충 찍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다
잘 찍으려고 해도 잘 찍어지지 않는 꽃. 그것을 깨닫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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