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골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이 있다
좁고 수량도 많지 않지만 일년내내 마르는 일이 없고 차가운 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른다
소주골의 숲은 수목이 크고 울창해 야생화나 관목이 별로 많지 않은 편인데
물을 좋아하는 참회나무가 계곡을 따라 자리를 잡아 해마다 조그만 꽃을 피운다
나뭇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주변색과 비슷한 연두색으로 피는 작은꽃
5월이 오면 이꽃이 피는 시기를 기다리고
아침해가 떠 올라 봉재산을 넘어오는 순간을 기다려 카메라를 들고 계곡으로 간다
참회나무(노박덩굴과 화살나무속)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낙엽관목으로 키도 잘 자라지 않고 덩치를 키우는 것도 느리다
수피가 질겨서 밧줄로 사용한다는 것이 믿어질 정도로 새로난 작은 가지도 잘 부러지지 않는다
자색을 띤 연록색 꽃이 잎겨드랑이에 여러송이씩 취산화서로 달리고
밑으로 처지는 꽃송이가 숲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아 꽃송이에 불을 밝힐때
계곡 바닥에 누워 거꾸로 하늘을 바라보며 핀을 맞추는 시간은 행복하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통해 대부산위의 하늘이 맑은가 확인을 하고
원두커피 한통내려 우선 한잔 마시고 다시 한잔 현관문앞에 가져다 놓고
계곡에 누워 자유로운 포즈로 사진을 찍으려면 바지와 상의 까지 비옷으로 갈아 입는다 그리고 장화신고.
머리는 머릿수건으로 머리카락이 흘러내려 핀을 맞추는 순간의 긴장감을 잃으면 안되고.
쎄콤의 보안을 해제하고 문을 열고 나가야 하는데... 앗 ! 해가 산을 넘어 계곡으로 들어온다 늦었다
빛이 계곡으로 숨어드는 순간을 놓치면 안된다 구름이 해를 가릴수도 있으니까
커피가 먹기 좋을 만큼 식을 때를 기다릴수가 없어 문을 열고 계곡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계곡을 들여다 보며 부른다
" ... 찾았잖아요...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어요 " 쎄콤 담당자다
"왜 오셨어요? " 오히려 놀랐지만 이내 사태를 짐작했다
보안 해제를 하지 않고 문을 열고 계곡으로 달려 갔으니 ㅎㅎ
현관문 앞에 커피와 렌즈가 없었으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단다
"우편배달하시는 분도 집에 없으면 산이나 계곡에서 찾으세요 ㅎㅎ"
참회나무의 꽃이 지난해도 올해도 5월 15일 전후로 피었다
다른 꽃들이 며칠씩 차이를 보이는 것 하고 다르게 일정한 시기에 피었다
숲과 계곡의 찬 기운은 기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다
5월 15일 부터 5월 27일 까지 열흘정도는 예쁜 꽃을 볼수있다
매일 찍어도 같은 사진이지만 찍는 사람의 눈에는 조금씩 달라 보이니 매일 찍는다
아침빛과 저녁빛에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빛의 정도에 따라 빛방울의 크기나 바탕 색갈도 달라진다
시간이 지나면 거미가 그네를 타면서 줄을 만든다
꽃이 피고 며칠 지나면 온통 거미줄이다
때로는 거미줄이 더 자연스러울 때도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먼지 투성이로 만들어 버린다
꽃이 피고 열흘정도 지나면 꽃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참회나무를 찍는 기간이 끝났다
10월이 되면 열매를 맺고 암적색으로 익어 다섯갈래로 터진다
붉은색의 겉 껍질사이로 보이는 씨앗에 가을빛이 내리는 모습을 담을 때 까지 긴 여름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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