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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운영블로그
소주골에 살기/소주골에서 살기

빛 과 안개 그리고 바람을 잡는다

by 자운영영 2009. 11. 12.

 

 

 

뜰앞에 핀 민들레 씨앗에 오후의 햇빛이 들어 왔다

마른 풀잎 사이에도 빛이 머문다

 

초봄 부터 피는 민들레는 가을까지 쉬지 않고 꽃을 피운다

마당가에 피는 것이라 뽑아 내려 했었지만 언제나 노란 꽃을 달고 있거나

하얀 깃털을 달고 공처럼 부풀어  있어서  그냥 두었더니 늦가을 서리가 오도록 피고 있다

손자들이 오면 입으로 불어 날리는 것을 좋아하니 씨앗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어 다녔다

 

 

 

 

                               두릅나무를 감고 있는 댕댕이덩굴

                               댕댕이덩굴은 가는 줄기가 있는 덩굴성 관목이다

                               잎도 적고 줄기도 가늘어서 초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들지만 잎이 오래도록 남아 있고

                               줄기는 월동을 하는 관목이다

 

 

 

 

                                소주골에서 오후 2시가 지나면 그림자가 길어 지고 햇빛은 붉은 빛이 난다

                                억새 잎 사이에 내려 앉은 갈참나무잎에도 조명이 들어오는 시간이다

 

 

 

 

                                산고들빼기의 씨앗

                                집 주변에 가장 흔한 산고들빼기는 김치로 담았더니 아직도 쓴맛이 난다

                                겨울 동안 잘 익으면 봄에나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뒷산에 억새도 조금 있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이 큰기름새다

                                여름내 억새와 큰기름새를  뽑아내고 산나물이나 꽃이 피는 식물이 자라기를 바랐지만

                                억새도 씨앗을 맺었다

                                가시가 많은 딸기나무, 억새,큰기름새는 쉽게 잘자라 다른 식물보다 무성해서 그것을

                                뽑아내는 일이 산을 가꾸는 일이 되었다

 

 

 

 

                                뒤 늦게 잎이 난 생강나무 (산동백)

                               소주골 사람들은 개동백이라고 부른다

 

산국이 피고  감국이 핀후 꽃이 없을 거라고 찾아 보지 않았더니 용담 두포기가 오래동안 꽃을 피웠다

밤이 되면 꽃봉오리를 원형 그대로 닫고  아침 해가 뜨면 봉오리를 여는 날들이 깨나  길었던 것 같다

 

그리곤 소주골에서  꽃은 사라졌다

올해 단풍은 드는 듯 하다가 사그라졌고 두릅나무 열매를 먹으러 오던 많은 새들은 이제는 오지 않는다

쉴새 없이 관심 거리가 있어 새로운 변화를  살피고 사진을 찍는 일이 소일 거리였는데

 

계절이 바뀌면서 주변산은 무채색( 無彩色)으로 변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새벽에 눈을 뜨면  차를 마시면서 창밖을 보고 서성거리는 날들이 많아 졌다

 

그렇기는 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집 주변 산을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 내리는 동안 해가 뜨는 방향도  바뀌고 지는 방향도 달라 진 것을 알았다

오후의 햇빛은 길게 그림자를 만들었고 마른 풀잎에 생기를 넣어 주고 있었다

 

 

 

 

개암나무의 수꽃

 꽃이 암수한그루에 피는 개암나무는 전년도 가지에 밑으로 처진 수꽃을 달고 있다

 

 

 

 

이층 창밖으로 보이는 소나무

조경용으로 좋은 품종의 소나무는 아니지만 집을 짓기 전 부터 자라던 소나무가 집과  잘 어울려서 남겨둔 소나무다

동고비는 단골 손님이고 진박새도 자주 찾아 왔었고 청딱따구리는 두릅나무로 접근할때 중간 거점으로 쓰는 곳이였다

 

 

 

 

 해가 대부산으로 넘어 가면 다른 곳은 일몰 시간이 아니지만 소주골은 해가 떨어졌었다

여름 산골의 해는 산을 넘어 가면 어두워 지니 다른 곳 보다  하루해가 짧았다

방향이 바뀐후 왼쪽 산등성이에 걸린 저녁해가 붉은 빛을 드리우면 리기다 소나무의 솔잎에도 오래동안 햇살이 머문다

 

 

 

 

 

왼쪽 산등성이에  오후 빛이 들어  나뭇잎을 말갛게 비춰준다

기온도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 낙엽을 떨구니 고운빛을 얼마나 더 볼수 있을 지.

 

 

 

 

                                생강나무의 꽃눈

                                내년 2~3 월이면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는 묵은 잎을 떨구기도 전 부터 꽃눈을 만들었다

 

 

 

 

생강나무는 암수 딴 그루

내년에는 암수를 가려서 잘 관찰해볼 생각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 소주골의 정면 가득히 눈에 들어오는 산이다

산의 선도 평범하고 암릉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산이라서 좋다" 는 정도의 생각이 드는 산이다

 

해가 지는 방향이 바뀌면서 그림자를 만드니 산의 굴곡이 보이고 칙칙한 숲에 색갈이 보인다

해지는 시간을 지켜보는  날들이 시작 되었다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내는 황혼빛에 작은 흥분을 느낀다

 

 

 

 

 골은 더 깊어 보이고 나뭇잎은 더욱 붉어 보인다

 

 

 

 

 

 

 

 

오후의 빛이 만드는 따뜻한 숲

 

 

 

 

빽빽한 나무 숲 사이로 지는 해는 불덩이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층에서 오른쪽 으로 보이는 대부산 억새밭

 

 

 

 

집뒤로는 용문산 정상에서 사나사가 있는 함왕골을 사이에 두고  봉재산(해발 340m)으로 가는 중 지능선에서 내려 앉은 산턱이다

앞에는유명산으로 연결되는 촛대봉과  대부산이 있고 예전에는 깊고 깊은 산속이였을 것이라 짐작이 간다

뒷산 데크에서 사진을 찍으면 서있는 곳의 나무가지와 함깨 건너편  해지는 쪽의 능선 나무도 들어와  하늘은 손바닥 만큼 작아 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인 곳이라 엎어 지면 코가 깨지는 것이 아니고 배꼽이나 엉덩이가 닿을 만큼 가깝다

그래도 해질녁의 변화있는 하늘을 볼수 있어 너무 좋다

 

 

 

 

 한낮의 푸른하늘과 구름을 찍어 보려 시도 하고 있지만 사방에 있는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고 카메라를 낮추면 이웃집들이 보인다

그래도 올해 겨울에는 이곳에서 풍경사진을 배워 볼 생각이다

 

 

 

 

                                 다중노출과 고속연속촬영으로 감나무잎에 부는 바람을 잡아 보았다

                                 바람 부는 날의 새로운 즐거움이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소주골 겨울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서 좋다

                               

 

 

 

배우기만 하고 활용해 보지 않았던 카메라의 많은 기능을 익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지금은 어설프지만 점점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한 이틀 바람이 몹시 불었다

산자락에 쌓인 낙엽이 바람이 불때 마다 솨르르 소리를 내면서 말갛게 쏟아진다

나무사이로 빛이 드는 곳에서는 날리는 낙엽도 빛을 받아 멀리서도 보인다

역시 고속연속촬영을 해보지만 허공으로 렌즈를 두지 못하고 망원으로 당기니 그림이 되지 않는다

 

 

 

 

아직은 나무에 붙어 있는 나뭇잎이 바람이 불때 마다 몸을 흔든다

바람이 잡혔는가 그것을 촬영해 보고 있는 중이다

 

 

 

 

바람아 더 세게 불어다오 더 세게... 삼각대 받쳐 놓고 숨죽이고 뷰파인더만 들여다 보고 있어도  추운 줄을 모르겠다

바람은 불어 달라고 하면 더 조용해 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왜지?

 

 

 

 

흔들어라 마구 흔들어라

사진속에 바람이 보일까

 

 

 

 

 아직도 날아다니는 네발나비

 

 

 

 

날씨가 추워져 진한 생강차가 생각났다

김장철이라 동네 슈퍼에서도 잘 여문 국산 생강을 싼 값에 살수 있었다

예전에는 얇게 저며서 꿀과 함깨 재웠다가 뜨거운 물에 한스푼씩 넣어 마시는 방법을 택했었다

 

 

 

 

이번에는 믹서에 갈아서 생강채로 차를 만들어 먹어 보려고 일단은 갈기 쉽게 대충 저몄다

일부분은 주전자에 대추와 함깨 끓여서 즉시 마시려고 남기고 남은 부분은 모두 믹서로 곱게 갈았다

물을 아주 조금 넣어서 갈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믹서의 모터가 과열되어 고장이 난다

 

 

 

 

비슷한 분량의 설탕를 섞었더니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는 동안 색갈이 변하지 않는다

한스푼 넣을때 꿀을 넣어서 맛을 냈다

 

 

 

 

아들과 며느리와 손자들이 오는 휴일에 내가 만든 무공해 차를 내놓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모두들 너무 좋아 했고 큰병은 가지고 갔다

다음날 둘째 아들 가족이 오면 주려고 더 많이 만들었다

 

 

 

 

아들 가족들이 돌아간 다음날 아침 안개가 용천리 큰골은 넘어 소주골 까지 가득했다

가족들이 돌아간 다음날의 조금은 허전한 마음으로 아침 산책에 나서니 몇 미터 안되는 거리까지 안개가 들어와 있다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파란색이던 산뽕나무는 기온이 떨어지니 칙칙하고 후줄근한 모습이다

안개가 가득해 가까운 것 외에는 보이지 않으니 여백과 절제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새삼스럽게 안개 많은 소주골이 너무 좋다

삼각대 안에 들어가 내모습을 찍어 본다

 

 

 

 

안개 자욱한 숲속에 있는 내가 좋아서.

 

 

 

 

나무사이를 부드럽게 흐르는 안개가 아름답다

 

 

 

 

 

 

 

 

 

 

 

 

집 왼쪽의 계곡

물이 맑아  산메기도 있었고 가재가 많았다지만 집을 지은 후는 보이지 않고 산개구리가 많다

 

 

 

 

안개가 많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에 렌즈에 ND 휠타끼고 느린 속도로 계곡물을 찍어본다

겨울을 나는 동안 많이 찍어 내년에는 폭포가 있는 계곡이나 풍경도 찍어 볼 생각이 있다

 

 

 

 

                                물이 맑아도 해가 들지 않으면 바위가 검어 지니까 사진으로는 맑아 보이지 않는다

                              

 

 

 

 

소주골에서 처음 맞이 하는 사계절이 모두 새롭다

이곳에서 나는 어떻게 즐겁게 살 것인지 그것을 찾아 내려고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 해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늘 새로운 것이 보이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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