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국화가 피고 단풍이 물들어 소주골에서 맞이 하는 첫해의 가을에 기대가 컸었다
꾸준히 산을 다녔다고 하지만 며칠에 한번씩 보는 산속 풍경과 상주하면서 매일 바라보는 계절의 변화가 얼마나 다를까
생각지 못한 한순간의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가장 먼저 빨갛게 단풍이 들던 담장이넝쿨은 일찍 물들었다가 어느 틈엔가 스러졌고
잎이 많은 서어나무는 노랗게 물들다 붉어지면서 한참 빛이 고울 때 우수수 낙옆이 졌다
이삼일 사이에 계곡으로 마구 쏟아져 그고운 잎을 융단처럼 깔아 놓았다
어느 나무는 잎이 나무에 붙어 있는 체로 물들어 가지만 서어나무는 단풍이 드는 가 하면 잎이 떨어지면서 한꺼번에 눈처럼
날리며 쏟아져 내린다
서나무(서어나무)(자작나무과 서어나무속) 의 단풍
꽃은 암수 한 그루 수피는 검은 회색
서어나무의 단풍과 열매
이삼일 사이에 마구 떨어트린 서어나무잎
서어나무 열매
단풍이 가장 아름다울 때의 서어나무
서어나무가 아름다울 때의 소주골
참나무나 그밖에 잡목들도 단풍이 들기 시작해 가장 아름다운 때의 풍경을 기다렸으나 이쯤에서 단풍이 더 고와 지지 않고
기온이 떨어지자 퇴색하기 시작했다
백리향도 잎이 붉은 색으로 단풍이 드는 듯 했다
붉나무의 진한 빨간색 단풍은 가을산에서 으뜸이지만 올해 소주골에서는 이렇게 물들다가 사그라졌다
노랗게 단풍이 드는 생강나무도 곱지를 않고 ... 가을 가뭄이 심해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집을 나서면 설매재를 지나 배너미재가 있고 대부산의 억새평원이 있어 억새 씨앗이 하얗게 날리는 날을 기다려 몇번이고 올랐다
역광으로 빛이 오는 오전 시간에 맞추어서 시간을 변경해 가면서 찍어 봤지만 대부산에서 용문산 백운봉이 보이는 방향으로는
언제나 가스층이 있어 맑은 하늘이 보이지 않았고 다른 방향으로는 빛이 맞지 않았다
유명산 대부산으로 억새를 찍으러 다니면서 풍경 사진의 어려움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억새가 있다고 억새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산이 보인다고 산 사진은 아닌 것이다
대부산에는 나무나 숲이 없고 하늘은 연무가 가득한 날이 많다
길가의 노박덩굴
집 뒷산에 핀 용담
꿩의다리(미나리아재비과)
집 옆으로 흐르는 계곡 바위위에서 피는 꿩의다리가 한해동안 세번이나 꽃을 피웠다
꽃이 피기 좋은 여건이라고 하겠지만 늘 같은 모습으로 (세번째 10월 26일 촬영)
몇번이나 피는 꽃이 신기할 뿐이다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장미가 피기는 한다
그러나 이녀석들은 한여름 보다 더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장미
장미
장미 꽃송이에 앉아서 생을 마감하는 여치
들주발버섯
노랑망태버섯은 더위가 멈추자 한 순간에 사라졌고 다른 버섯류도 모두 사라졌는데 가을에 땅에서 돋아나는 버섯이 있다
들주발버섯
다람쥐
다람쥐
숲속의 꽃향유 (꿀풀과 향유속)
꽃이 꽃대의 한쪽 방향으로 나 있고 향유에 비해 꽃이 진하고 화려하다
향유 (꿀풀과 향유속)
꽃향유에 비해 가늘고 색이 연한 홍자색이다
신나무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
신나무는 단풍나무과 여서 단풍이 곱게 드는 나무지만 올해는 가뭄 때문일까 단풍이 들지도 못하고 말라 버린다
신나무
떡갈나무
아침 해가 뜨는 방향이 달라져서 마른 풀잎에 빛이 들지 않는다
여름내 아침 이슬에 반짝이는 풀밭을 바라보곤 했는데 아침해가 용문산 정상 쪽으로 이동하고 저녁해는
대부산 촛대봉 쪽으로 옮겨서 넘어 간다
대부산 쪽으로 해가 뚝 떨어지면서 해가져 소주골의 하루는 유난히 짧았는데
겨울이 가까워 지니 촛대봉에서 양평쪽으로 해가 져 붉고 따뜻한 황혼빛이 보인다
쇠딱따구리
두릅나무 씨앗이 익는 20 여일 동안 하루에 두세번씩 찾아 오던 청딱따구리
손자들은 지금도 청딱따구리가 오느냐고 안부를 묻는다
덩치도 큰 녀석이 먹기 좋은 부분에 씨앗이 줄어드니 두발로 가지를 움켜잡고 대롱대롱 메달려서 먹고 있다
한번 찾아 오면 한동안 먹는 것을 멈추지 않아 사진 찍기가 좋았다
흰배지빠귀
뒤 늦게 이곳에 맛있는 씨앗이 있는 것을 알아 찾아 오기 시작했지만 경계가 심하게 해서 문을 열지 않고 실내에서 움직여도
달아난다 좀처럼 짬을 주지 않아 오래동안 기회를 노려서 찍은 사진이다
흰배지빠귀
노란턱멧새
직박구리
딱새
긴발톱할미새
동고비
꽃이 피면서 벌과 나비가 모였고 씨앗이 익는 동안 많은 새가 찾아 왔던 두릅나무는 잎도 열매도 모두 떨어져 버렸다
풍성한 꽃은 방석만 하고 씨앗도 그만큼 크고 탐스러웠다
그러나 가지 끝에 조그만 흔적만 남기고 가느다란 막대기 처럼 남아 있는 두릅나무를 처바보니 허망한 생각이 든다
씨앗이 없어 진후 그 흔하던 딱새 한마리 찾아 오지 않는다
해지는 방향이 바뀌더니 저녁 햇살이 뒷산 숲에 머문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 졌다고 하루사이에 나뭇잎의 색감이 달라졌다
서리가 내려 파란색을 내고 있던 산뽕나무나 칡덩굴은 후즐근하게 시들었다
처음 만들어 본 도토리녹말로 손자들이 오는 일요일 묵을 만들었다
인터넷에 상세하게 녹말 만드는 과정이나 묵을 쑤는 과정이 있어 그대로 따라서 하니 묵이 되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라 다른 것을 준비해 볼 생각도 안하고 뚝뚝 썰어서 맛을 보았다
구수한 맛이나고 젓가락에서 미끄러지지도 않아 집기도 좋은 맛 좋은 묵이 된 것이 신기하다
다음에 만들때는 야채를 사서 멋도 부리고 더 맛있게 먹을 준비를 해야 겠다
집이 넓어 몇해 겨울은 추위 때문에 소주골에서 지내지 못했었다
올해 가을에는 춥기 전에 아들이 벽난로를 놓았다
참나무 2년 말린 것이 가장 좋은 땔감이라지만 나는 뒷산에서 나무를 했다
말린 나무도 많아 쉽게 할수 있고 지금 한창 떨어지고 있는 낙엽을 태우고 싶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오래전 학창시절 국어교과서에 있던 이효석의 산문이다
낙엽을 보면 커피의 향이 나는 지 꼭 태워 보고 싶었다
축축하게 덜 마른 낙엽의 푸석푸석 타는 향이 겠지만
잘 말린 후 몇잎씩 태우면서 냄새를 맡아 보고 싶다
날씨가 추워 졌다고 창밖으로 낙엽이 바람을 타고 날은다
문밖을 나서면 길이고 마당이고 온통 낙엽이다
말갛게 해가 비치는 낙엽,
아직은 여름의 여운이 남아 있는 나뭇잎이 아까워 자꾸만 모아서 담아 본다
'소주골에 살기 > 소주골에서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겨울 소주골 풍경 (0) | 2009.12.01 |
---|---|
빛 과 안개 그리고 바람을 잡는다 (0) | 2009.11.12 |
유명산 억새 (0) | 2009.10.27 |
소주골의 가을 (0) | 2009.09.30 |
9월의 소주골 (0) | 2009.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