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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운영블로그
여행문화

춘곤증을 떨치는 봄나물의 달짝지근한 향기

by 자운영영 2024. 3. 2.

꽃다지

 

쟁기를 깊숙이 넣어 갈아엎은, 물기 촉촉한 흙을 만나면 가까이 다가가서 흙냄새를 맡고 싶어진다

농기계를 들여밀 여지도 없는 산자락의 다락논이면 딱 좋고 논두렁이 두툼해서 들풀이 많아

새순을 내고 꽃을 피워 연두와 노랑색이 흘러넘치면 더욱 좋다

 

꽃다지

 

달래 냉이 꽃다지 쑥 씀바귀 벼룩이자리...는 논둑 밭둑 저지대 양지바른 곳에

봄이오면 제일먼저 지상으로 나와 쌀쌀한 봄바람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달래 씀바귀는 다년초지만 냉이 꽃다지 벼룩이자리는 늦가을부터 싹을 내어 한번의

추운겨울을 겪어야하는 이년초로땅속에 많은 종자를 저장해 냉해를 감수하고

쉼없이 싹을 틔우는 억척스러운 들풀이다

 

손실을 감수하고 사활을 건 생명력으로 지상에 안착하면 짧은기간 폭풍성장을 하면서

꽃부터 피우는 저력을 과시한다 그러나 보다 더 속도를 내는 위협적인 잡초 속에 묻히며

스러지는 운명이지만 씨를 뿌리고 거두지 않아도 잘자라

유익한 식재료가 되는 동안은 산야채라 하고 약초라 부른다

 

이른봄 땅심을 받아 건강하게 자란 봄나물은 다양한 비타민과 섬유질이 많아

춘곤증을 이겨내고 눈을 맑게 해주며 위장을 튼튼히 하고 입맛을 돋우는 계절음식으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허브식물이다

 

냉이

 

벼룩이자리(국수뎅이)

 

달래, 마늘맛이 나며 오랜옛날부터 식용하는 향신료다 추운지방에 자라는 달래는 전초가 작고

우리가 식용하는 산달래는 남부지방에 많이 살며 알뿌리와 전초가 크다

살눈(肉芽)과 꽃눈이 같이 달리며 살눈과 알뿌리로도 번식하는 백합과의 식물이다

냉이, 나상구 나생이 나시 내이... 지역마다 사투리가 있을 만큼 넓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즐겨먹었다

뿌리가 연하고 달아 잎과 뿌리 전초를 먹는다

꽃다지, 주걱모양의 잎이 돌려나 어린시절엔 한송이 꽃처럼 보여 꽃다지(꽃따지)다 세계적으로분포하고

전국에 사는데 해풍이나 더위에 약하다

, 땅속줄기가 옆으로 기면서 마디마디 새싹을 만든다 쓸만한 잎을 모두 채취해도 이삼일후면

다시 뜯을 수 있을 만큼 잘자라며 단오端午가 지나야 꽃대가 올라와 제법 긴기간 채취 할 수 있다

애쑥은 국을 끓이고 한뼘정도 자라면 쑥떡을 만든다 튀김이나 전을 만들고 고기와 두부를 섞어

만두소를 만들며 약이나 차 까지 쓰임새가 많다

뽀리뱅이, 건조한 풀밭이면 어디서나 잘자라며 푸성귀가 귀한 이른봄에 유용有用한 식재료다

잎만 도려내어 끓는 물에 데친 후 갖은양념으로 무친다

벼룩이자리, 국수디이 국수뎅이... 이명이 더 친숙한 벼룩이자리. 어린잎은 동글동글 꽃처럼 메달리고

하나의 뿌리에서 방석처럼 퍼진다 전초를 잡고 따면 싱그러운 향기가 은근하다

비슷한 이름으로 헷갈리는 벼룩나물(벌금다지)은 생으로 겉절이를 만든다 벼룩이자리가 밭두렁에

산다면 벼룩이나물은 논바닥에 살고 벼룩이자리잎이 꽃잎처럼 생겼다면

벼룩이나물잎은 나락()을 닮았다

씀바귀, 쓴배나물 쓴나물 도채...뿌리를 삶아서 적당히 쓴맛을 우려내고 갖은양념을 더한

초고추장에 무친다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며 쓴맛도 맛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식재료다

 

 

뽀리뱅이

 

동무들아 나와라 나물 케러 가자. 호미들고 바구니들고... 붉은 황토흙을 잔뜩 묻히고 다닌

시절 얘기를 하면 언제 적 이냐고 갸우뚱하려나 그러나 불과 몇십년전 농촌풍경이다

봄빛이 화창한 듯 해도 옷속으로 스며드는 냉기가 차가워서 가까운 동네 한바뀌가 고작이니

한끼 찬거리도 뜯기 어려웠다 바구니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은 뜯어야 체면이 서는 것 같아

이것저것 마구 뜯어 집으로 돌아와 나물 바구니를 쏟으면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되었다

 

냉이 꽃다지 국수댕이는 향이 비슷하고 조리법도 같아 한가지로 분류하고

쑥은 쪼끔 넣어도 다른 나물의 향을 묻어버려 따로가 좋지만 뜯은 나물의 양이 적으면 합칠 수밖에,

그러나 뿌리를 주로 먹는 씀바귀, 잎부분을 데친 나물로 먹는 뽀리뱅이, 겉절이를 하는 돌미나리와

벼룩나물은 조리방법이 달라 각각 한접시는 만들 수 있어야 하니 이도저도 안되는 양으로는 난감했다

 

괜한 욕심을 부렸구나 한번에 한가지만 뜯을 것을 그냥 두고왔으면 후일을 기약할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요긴하게 먹을 수도 있는 것인데 후회막심이였던 심정은 부끄러움이였다

 

산달래

산달래의 꽃과 살눈(주아)

 

흰씀바귀

씀바귀

씀바귀뿌리

 

꽤 오랫동안 달래 냉이 씀바귀는 농가의 소득을 내는 작물이였다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어 접근성이 쉬워졌지만 어느새 야생성을 잃은 채소가 되었다

유통되는 과정이 있으니 싱싱하고 향기까지 머금은 냉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수가 되었고

꽃다지나 벼룩이자리는 상품화되지 못해 봄나물의 계보에서 사라졌다

비옥한 토질에서 풍성하게 뿌리를 안아야 상품성이 있는 씀바귀는 꽃이 피면 땅속뿌리가

목질화되기 시작해 식용가능한 기간이 짧고 분한分限이 없어

경제성을 찾아 진화하면서 쓴맛을 잃었다

소태같이 쓴 씀바귀를 달콤세콤한 양념으로 버무리던 강렬한 미각은

그리운 추억속에 만 있다

 

봄 햇살이 따사로운날 산과 들을 오르내리며 저절로 자란 냉이 꽃다지 국수딩이 한 웅큼 캐서

시들기전에, 이 날아가기 전에, 된장 한숫가락 풀고 약간의 소금간으로 10분간 끓여

예전처럼 그옛날처럼 봄향기 물씬 나는 냉이국을 먹어 보고 싶다

현대화로 발전하는 국토는 변화하고 들풀이 살아갈 공간이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어딘가에는 자연초지가 있는 청정산촌이 보존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