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길게 끌어가며 구정지게 부르는
정선아리랑의 애달픈 가락은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숨이차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끊어질듯 이어지다
긴 숨을 토해내는 애닮픈 가락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정선아라리의 본조(本調)는 거친 산과 강이 있는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뼈가 시리게 고달픈 산골 삶의 애환(哀歡)이라고 한다
지그재그 뱅뱅이재 옛길
42번 도로가 없는 시절
정선읍 귤암리와 모평에서 정선읍으로 가는 길은
하늘벽 처럼 높은 동강의 병방산(819.2m)을 넘어
북실리로 가면 빠르고
동강을 따라 난 좁은 산길을 따라
솔치재를 넘으면 멀어
가파른 산에 갈 之 자 모양의 길을 만들어 다니던 길이다
발밑을 불편하게 하는 자갈길 이지만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병방산을 넘는 의지(意志)의 길이다
한눈을 팔면 넘어질 것 같아 신경이 쓰이고
내려다 보면 아찔한 강바닥이 잡목사이로 보였다
"아질아질 성마령 야속하다 관음베루
지옥같은 정선읍내 십년간들 어이가리"
"정선읍내 일백오십호 몽땅 잠드려 놓고
임호장네 맏며느리 데리고 성마령을 넘자"
성 마령 정상은 정선군 정선읍 용탄리 와 평창군 미탄면의
경계에 위치한 정선의 관문인 옛 고갯길이다
과거 평창 원주 서울 등지로 가기 위해 필히 넘어야 했던 이고개는
밤하늘의 별을 매만질 수 있을 것 같아 성마령(979m)이라 불려진다
"정선읍내 백모래 자락에 비오나 마나
어린가장 품안에 잠자나 마나"
정선아리랑의 가사는 시대에 따라 진화해서
정선에 백모래 사장이 있나 조사했더니
1605년 조양강 유수의 변경으로 넓은 백사장이 생겼다 한다
"아리랑"
우리 민족의 멋과 얼이 담겨있는 상징적인 어휘며
오랜 세월 구전된 아리랑의 뜻을 굳이 해석하려 들 필요는 없다
음악적으로 리듬을 이루고 흥을 돋구 는
무의미한 사설(nonsense verse)에 가깝다고
정선아리랑학교 사이트에 쓰여 있다
정선아리랑은 시대를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전세계 어디를 가건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곳에서
60여종으로 파생되어 불러지고 있다
산길을 따라 줄을 잡고 걸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낙엽 밑에 자갈이 많아 발이 미끄러진다
옛 조상들의 정서를 느끼며 아름다운 동강의 뱅뱅이길을 걷는 낭만이 있기는 하지만
편안한 트레킹 코스 는 아니다
흙 보다는 암릉이 많은 동강의 산이라 수목이 많지는 않지만
길 목 마다 붉게 물든 단풍이 눈부시다
나팔을 엎어 놓은 형상이라는 나팔봉이 보인다
전국의 산 이름 중에는 충남 공주의 사발봉도 있고
호명산의 주발봉, 문경 운달산의 종지봉 도 있다
모양에 따라 붙인 이름이 많아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맥이 직선으로 혹은 사선으로 휘돌아
동강의 산들은 굽이 굽이 뒤틀리듯 뭉처있다
위에서 내려다 보고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각을 세운 암벽으로 된 산과 그산을 감고 돌아가는 동강은
사행천(蛇行川)이 되고 곳곳에 물동이동을 만든다
나팔봉 아래 조양강(한강 동강)
뱅뱅이재 옛길 트레킹의 시작은
정선터미널을 지나 아리랑 아파트 뒷길을 따라
기우산과 조양산 등산로가 있는 곳으로 오른다
정선읍 북실리
뱅뱅이재 전망대 공사가 한창이고
그곳까지 도로도 다듬고 있다
숲이 있는 오른 쪽 산길을 따라 걷는 것이 쾌적하다
병방산의 뱅뱅이재 전망대
평지 처럼 보이지만 병방산(해발 819m ) 정상이 멀지 않아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동강을 내려다 보면 아찔하다
뱅뱅이재에서 보이는 조양강의 물돌이동
설치 중인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투명 칸막이를 통해 찍어 본 풍경이다
공사 현장을 지나 오른 쪽 산길로
동강을 향해 뱅뱅 돌아가는 옛길로 접어든다
산국
나팔굴
석회암으로 된 암봉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굴이 많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굴
산악회를 따라 간 트레킹이라 그냥 지나쳤다
동강과 억새
귤암리
감이 익어가는 동강변의 농가
쑥부쟁이
산국
산국
동강변
하늘을 가리는 산과 좁은 협곡
동강 주변의 풍경 촬영은 어렵다
해는 일찍 산을 넘어가 빛이 없고 한쪽으로는 빛이 강하다
빛을 골라서 찍을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사진은 늘 어렵다
아직 콩을 수확하지 못한 곳도 많아
바쁜 농촌의 일손을 생각했다
사료로 쓰는 옥수수 더미에 산을 넘어가는 마지막 빛이 강렬하다
동강가에 풀어 놓은 소도 보이고
소를 위한 사료도 보인다
기회가 있으면 이런 풍경들을 다시 한번 찍어보고 싶다
'여행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쌓인 고성의 금강산 화암사(金剛山 禾巖寺) (0) | 2011.12.16 |
---|---|
어떡하나 고창 선운사 도솔천에 불이났다 (0) | 2011.11.04 |
선홍색 동백꽃 과 푸른바다 지심도(只心島) (0) | 2011.03.09 |
남한강변 여주 신륵사 와 양수두물머리 (0) | 2011.02.07 |
춘천 소양호의 겨울풍경 상고대와 물안개(2) (0) | 2011.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