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가 내려도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는 포도(鋪道)위를 달리는 차를 따라 안개로 피어오른다
이끼 가득한 고찰의 담장이나 고즈넉한 숲도 보고 싶었고 가는 길이니 진노랑상사화를 쉽게 찾을 수 있으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내장사의 원적골을 가기로 했다
늘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 때문에 피곤하고 상세한 여행기록을 하는 일도 실상은 피곤하게 느껴져
머리를 반쯤 비우고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었다
내장사 오른 쪽 원적골로 통하는 계곡의 나무에 앉은 말매미는 우렁찬(?) 목소리로 울면서도 도망을 가지 않는다
늘 들어가던 입구로 들어 갔건만 여름 울창한 숲을 본 일이 없어 ( 새순이 돋는 새봄이나 가을 단풍에 익숙해)
전혀 다른 곳으로 들어간 느낌 때문에 한동안 혼란을 겪었다
같은 곳도 계절마다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늘 매표소 입구에 차를 두고 걸어서 사찰로 들어가다가 차로 내장사 입구까지 들어가니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차거운 계곡물과 더운 공기가 만나 수면 위로 쉴새없이 안개를 피워 올린다
이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무엇을 더 생각할까
원적골
원적골
원적골계곡
무더운 날씨와 끈끈한 습기 때문에 걸을 때 마다 흘러내리는 땀
산행중 갑작스러운 비에 대비한 비옷과 장비,이런 것들이 성가시기는 했지만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이 아니라면
초록빛 숲과 물밑까지 보이는 맑은 물위로
동화속 선녀의 날개옷 처럼 펄럭이는 실크의 안개를 만날수는 없을 것이다
계곡 사진은 삼각대가 있어야 하는데
진노랑상사화를 만나고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출발해서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담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일기예보는 전국이 비
여름 휴가철이 끝나가는 주말이지만 비요일에 산사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직장동료들로 보이는 일행들이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훔처보고 있었다
원적사 올라가는 길에 노랑망태버섯을 만났다
낙엽 썩은 흙이 두꺼워 토질이 좋으니 망태버섯도 실하고 크다
상사화(수선화과의 다년초)
원적골 상류에 진노랑상사화가 있다는 것을 들은 일이 있어 찾아 왔지만 사찰 주변에는 분홍빛의 상사화만 피어있다
원적사를 지나 더 깊은 골짜기를 가보고 싶었지만 이번 여행은 힘들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다니겠다는 처음의 계획대로
다음 여행지 지리산 노고단을 가기위해 되돌아 서기로 했다
사찰 뒤편
초상권... 하면서 사진을 못 찍게 할까 봐 계곡사진을 몰래 찍었던 분들이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하신다
모두들 조용하고 부드러운 분들이라 기분이 좋아 졌다
미소가 고운 이분들은 무엇을 하는 분들일까
멸까치군락
이른 봄에 여러가지 야생화가 많았던 곳이였는데 여름에는 봄꽃의 흔적은 없어 졌고
숲이 울창해 꽃을 피우는 식물도 많지 않다
내장사에서 원적사까지의 산행길은 물안개 가득한 계곡을 따라 걷다가 촉촉한 산길을 조금 오르는 정도의 짧은 산책로다
많이 걷지 않아도 깊은 산속의 정취를 느낄수있는 고즈넉한 산속이다
카메라를 가지고 가기는 했지만 자주 꺼내지 않고
(평소에는 꽃을 보면 무엇이나 찍는 편이다) 간간이 피어있는 작은 꽃들을 무심히 지나쳐 아주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때로는 욕심을 버리는 일이 이처럼 홀가분하고 평안할수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남쪽으로 내려 왔으니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올라 황혼빛에 운해를 봤으면 하고 올라간 성삼재 ...
노고단에 갔다가 돌아오기에는 늦은 시간에 도착을 했고 짙은 운해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성삼재는 하루 종일 안개가 점령을 해 모두들 노고단 행을 포기 했다고 한다
지리산을 좋아해 자주 산행을 했던 곳
모처럼 지리산에 섰구나 하는 감동만 느끼고 돌아섰다
뱀사골의 와운마을 천년송
일찍 서둘렀으면 밝은 빛에 찍을 수도 있었는데 이른 저녁을 먹고 나오니 저물어 가는 여명속에서 천년송을 본다
와운마을
뱀사골 산행 중 만나는 와운마을 표지판을 보고 만 다녔지 들어 온 일이 없어 궁금했던 마을이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부터 경사는 심하고 가파른 산 중턱에 몇채 있는 집은 가는 길이 모두 가파르다
최근에 많이 알려져 이 깊은 산속에도 포장도로가 있고 (좁고 경사가 있지만) 숙박을 하는 관광객이 많다
숙박을 할 만한 집이 많지 않고 가격도 비싼편이다
야채전
지리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은 모두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파란색이 남아 있는 고추나무는 꽃이 피었을때 채취를 해서 말렸다가 묵나물을 만들었다는데
꽃이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있어 내년에는 따라 해 볼 생각이 있다
비비추의 잎으로 만든 장아찌
산채로 만든 밑반찬이 많은 식사를 하고 다음날 이른 새벽 뱀사골로 들어가
갈수있는 거리 만큼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왔다
이동거리가 멀기는 했지만 좋아했던 지리산의 언저리를 돌아보고온 뜻깊은 여행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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